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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Aug 20. 2023

알라딘 서점

마흔다섯 번째 글: 책 좋아하시지요?

브런치 작가님 중의 한 분이 글쓰기 관련 책을 추천해 주셨다. 다카하시 겐이치로의 "연필로 고래 잡는 글쓰기"라는 책인데, 그 작가님이 특별히 내가 떠오르더라고 하셨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안 읽을 재간이 없다.

다행스럽게도 알라딘 동대구역점에 1권의 재고가 있었다. 그래서 지금 지하철에 오르는 중이다.


난 원래 1권의 책을 읽어도 꼭 사서 읽곤 했다. 그것도 반드시 새책을 사야 직성이 풀렸다. 남이 읽다가 내다 판 중고책을 산다는 생각은 추호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젠 서슴없이 중고책을 구입한다. 중고서점에서 최상품으로 분류된 책은 거의 새책이나 다름없고, 가격면에서도 새책의 70% 정도밖에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남이 먼저 사서 읽었다는 점만 제외하면 굳이 마다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단순하게 계산해 봐도 새책으로 10권 살 가격이면 중고책은 14~15권 살 수 있으니 이 역시 망설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한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아마도 난 천민 출신으로 태어나 글공부도 못하고 죽은 사람이었거나, 그도 아니면 양반가에 태어나긴 했는데 서자였던 관계로 공부에 한이 맺힌 사람이 아니었을까?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곤 했다. 난 책이라면 환장을 하는 편이다. 이건 남들이 내게 내린 평가 중 하나였다.

솔직히 지금도 왜 그런지 이유를 알 수 없다. 그냥 책이 좋을 뿐이다.


그래서 지금처럼 인터넷 중고서점에 가는 날은 그저 신이 난다. 가서 몇 권을 사 오든 상관없다. 심지어 돈 한 푼 없이 가도 마냥 즐겁기만 하다. 어떤 책들이 나와있는지 한 바퀴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다음날 다시 와서 사 가기도 한다. 인터넷 중고서점에 가는 일을 이렇게 비유해도 될까? 선을 보러 나간 자리에서 상대방을 반드시 사귀어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마음에 안 들면 한 번의 만남으로 끝내면 되고, 마음에 끌리면 다음에 또 보면 되는 것이다.


드디어 서점에 도착했다. 그 작가님이 추천하신 책이 베스트셀러였다면 재고가 제법 있을 테고, 어지간한 책은, 특히 숨겨진 주옥같은 책이라면 하루 늦게 간다고 해서 채어갈 일도 없다. 물론 지금까지 내가 찜했던 책이 그사이 팔리고 없어서 허탕을 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일까, 오늘도 당연히 사려는 책이 있었다. 작은 행복감. 늘 그랬듯 오늘도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가벼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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