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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Aug 26. 2023

비가 온다면

쉰한 번째 글: 더위의 막바지일까요?

집에서 쉬고 있다가 노트북을 싸 짊어지고 집 앞 파스쿠찌 매장에 나왔다. 더운 것도 더운 것이지만, 뒹굴뒹굴거리고 있는 식구를 보고 있으니 도무지 글이 써지지 않았다. 에어컨도 켜지 않아 집 안 공기 자체가 눅눅했다. 물론 지금 정도 날씨면 굳이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은 했다.

나는 몸이 열이 많은 편이다. 그렇다 보니 똑같은 날씨라도 가족 중에서는 내가 제일 더위를 많이 탄다. 그러면 대뜸 일어나 에어컨을 켜면 되지 않겠느냐는 말을 한다. 그런데 그 쉬운 것조차 집안에서는 그다지 쉽지 않다. 슬쩍 물어본다.

"안 덥나?"

"개안은데."

딱 잘라 말하는 아내에게서 시선을 아들놈에게 돌린다.

"안 덥나?"

"이 정도도 못 참으면 되겠나?"

딸은 한참 전부터 문을 닫고 자기 방에 틀어박혀 있어 물어보기가 겸연쩍다. 혼자 펄펄 끓는 몸을 주체하지 못해 선풍기의 최강풍을 틀지만, 그것도 그때뿐이다. 글이랍시고 뭔가를 끼적이다 욕실에 들어가서 샤워를 한다. 이 역시 그때뿐이다. 이 놈의 더위는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참다못한 나는 결국 가방을 둘러메고 집밖으로 나온다.


휴일이면 늘 이런 패턴이 반복된다. 다들 각자가 각자의 영역에서 각자의 할 일로 바쁘다. 주중의 고된 일에 지친 아내는 휴일이면 집안일을 할 때를 제외하면 대체로 누워서 TV를 보고 있다. 그게 요즘 추세라는 걸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것도 내가 가장 혐오하고 기피하는 프로그램들만 골라서 보고 있다. 합법적인 관음증 환자들이 패널로 나와서 남의 삶을 들여다보며 자기네들끼리 정신 나간 소리나 지껄이는 프로그램들 말이다. TV 프로그램에 대해서 가타부타할 의향은 없다. 물론 그럴 자격도 없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서로에게 싫은 걸 강요할 수는 없다. 혹시 기억이 나는지……. 그래서 우린 가족이라기보다는 식구에 더 가깝다.

입대를 3개월 앞둔 아들놈도 바쁘다. 자기 나름으로 계획한 뭔가를 하나하나 점검해야 하고, 어쩌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테다. 입대가 세상의 끝은 아니지만 나 역시 군대를 갔다 와봤으니 그 정도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지금 아무리 어쩌니 저쩌니 해도 그런 말들이 귀에 들어올 리 없다.

고등학교 2학년인 딸아이는 어떤 일이 있어도 내년까지는 신경을 건드려선 안 된다. 뭔가를 바로잡으려고 가끔 대화를 시도할 때가 있지만, 당연히 득보다는 실이 더 많다.


파스쿠찌 매장에 와 보니 늘 앉던 자리에 9살쯤으로 보이는 한 여자 아이와 그 아이의 아빠로 보이는 사람이 앉아 있었다. 할 수 없이 다른 곳으로 옮겨 앉았는데, 그곳은 매장밖 인도변에 인접한 곳이었다. 머리가 벗어질 정도로 내리쬐는 햇빛이 너무 따가웠다. 전면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을 어떤 수를 써도 피할 방법이 없었다. 오죽하면 비가 내리는 창문 사진을 메인에 올렸을까? 정말이지 비라도 쏟아부었으면 좋겠는데, 날씨가 뜻대로 될 리는 없다.

더운 건 웬만하면 참겠는데, 노트북 액정 자체에 빛이 비쳐 글자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결국은 마시던 카페모카를 들고 자리를 옮겨야 했다.


비라도 좀 내렸으면 좋겠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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