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뭐라고
쉰일곱 번째 글: 와? 달이 머라 카더나?
어젯밤, 슈퍼블루문이라며 여기저기서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달과 지구 사이의 거리가 가장 가까울 때 일어난다는 슈퍼블루문, 지금 안 보면 14년 후에나 볼 수 있다면서 얼른 보라며 만나는 사람마다 그 얘기를 해댄다.
난 개인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일에 흥미가 없다.
'달이 뭐라고, 저렇게 호들갑이야?'
이런 때 보이는 내 정상적인 반응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얘기를 나누는 주제, 예를 들어서 TV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나 특히 연예인들에 대한 뒷담화는 딱 질색이다.
실제로는 그리 안 웃길 수도 있지만,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다.
경상도 남자의 매력에 빠진 서울 여자가 그와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 아마 그날도 슈퍼블루문인지 달이 휘영청 떴다.
서울 여자가 달을 가리키며 경상도 남자에게 말했다.
"자기야! 저 달 좀 봐. 너무 예쁘지?"
경상도 남자가 대답했다.
"와? 달이 머라 카더나?"
"아니, 달 예쁘잖아?"
서울 여자가 슬쩍 머리를 경상도 남자에게 기대려 했다.
"무겁다. 대가리 안 치우나?"
괜히 멋쩍어진 서울 여자가 경상도 남자의 가슴팍을 한 대 치며 달아났다.
"자기야! 나 잡아봐라!"
"가스나, 거 딱 서라. 잡히면 직이뿐다."
내가 경상도 상남자다, 뭐, 그런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그냥 나 역시 어제 딱 그 생각을 했다.
'와? 달이 머라 카더나?'
아내는 이런 내게 멋대가리가 없다고 한다. 사람이 그렇게 낭만이 없어서 어디에 쓰겠냐 한다. 심지어 글을 쓴다는 사람이 그런 감성으로 무슨 글을 쓰냐는 말까지 해댄다.
생각해 보면 아내의 말도 일리가 있지만, 그런 별 의미 없는 일에만 감성이 작동되지 않을 뿐이다. 저녁 먹고 1시간 걷기 위해 밖으로 나가며 달을 봤다. 구름에 살짝 가려진 달을 보며 혼잣말을 되뇌었다.
'와? 달이 머라 카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