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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Sep 08. 2023

쳇바퀴 인생

예순네 번째 글: 특별한 삶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어제와 별로 다른 게 없이 살아가고 있을 때 우리는 다람쥐 쳇바퀴 돈다는 말을 하곤 한다. 사람의 인생을 동물의 그것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내키지 않는 일이지만, 얼핏 들어도 그다지 긍정적으로는 들리진 않는 말이다.

누가 봐도 다람쥐 쳇바퀴 도는 삶 속에 특별한 그 어떤 것을 기대할 순 없다. 특별함이라고는 전혀 없는 이런 삶, 그래서 우린 살아가면서 따분하고 무료하다는 생각을 곧잘 하게 된다.


우린 밤마다 잠에 들기 전, 내일은 또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하며 일말의 기대감을 갖게 된다. 기대감을 갖는 것 자체가 나쁠 수는 없다. 오히려 그런 모종의 기대감은 오늘 하루를 잘 마무리하고 또 다른 내일을 맞이할 수 있는 힘이 된다.

간혹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뭔가가 기다리고 있어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의 바람과는 달리 어제와 완벽히 똑같은 하루를 보내고 만다. 우리네 인생이라는 것이 어찌 매일 다르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그건 어쩌면 지나친 욕심일지도 모른다.


학생은 아침이면 학교에 가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온다. 직장인이라면 일터로 가 일을 해야 한다. 그 외의 선택지는 없다. 설령 시쳇말로 백수 역시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어제와 다른 오늘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본다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사는 게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라는 얘기가 된다. 누구든 자기가 원하건 원치 않건 간에 그 쳇바퀴 위에 몸을 실어야 한다는 말이다. 달리 말하면 그것이 곧 인생이라는 말이 된다.

결론적으로 이 쳇바퀴 위에 올라타지 않는 것이 비정상적인 삶을 영위하는 셈이 된다. 삶이 다소 따분하고 무료해도 우리는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믿음을 가져도 좋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인생은 특별하길 원한다. 인도주의자 혹은 완벽한 이타주의자가 아닌 이상 타인의 삶에 신경 쓸 이유도 없다. 각자가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과정에서 종종 주어지는 그 어떤 특별한 순간을 기다리며 어제까지 그랬듯 오늘도 어제와 똑같은 하루를 보낸다.

웅장하고 화려함이 있는 인생, 즉 스펙터클한 인생을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을 테다. 내일도 오늘과 완벽히 똑같은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뭔가를 기대하거나 설레는 감정을 느낄 순 없을 테니까 말이다.


지극히 일상적인 삶, 남과 전혀 다를 게 없는 삶이라고 해서 그것을 그저 다람쥐 쳇바퀴 인생이라며 단정 지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따분하고 무료한 삶 속에서 약간의 자극제가 될 수 있는 소소한 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고, 어쩌면 그 소소함에서 우린 특별함을 느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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