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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Sep 08. 2023

하이얀 이슬

0453

백로白露

밤의 기온이 내려가 아침에 이슬이 맺힌다.

매미가 귀뚜라미에게 바통을 넘긴다.

본격 가을의 서막이다.

이상기온으로 백로답지 않다.

처서의 연장이다.

낮기온 삼십 도의 가을이라니!

절기가 무색하다.

주변에 풀들도 귀하니 잎에 맺힌 백로도 확인불가다.

그저 술상 위 잔에 맺힌 진로만 친숙하다.

백로에 비가 오면 풍년의 징조라는데 날이 맑다.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

사실 그 역도 틀리지 않다.

차별을 논하자는 것이 아니다.

서로의 조류 특성상 결이 맞지 않을 수 있다.

억지로의 조화는 조화가 아니다.

편입되는 것도 한편이 일방적으로 장악하는 것도 옳지 않다.

그럼 어떻게 하냐는 간단하다.

까마귀가 놀지 않을 때 접근해 보는 거다.

뽀로로도 놀 때는 예민하다.

조금은 경계를 풀었을 때 조심스럽게 다가가 본다.

똑똑!

까마귀야 까마귀야

나는 저기 너머에 사는 백로야.

너의 짙은 블랙에 매료되었어.

우리와 놀지 않을래?

까마귀는 두어 번 머리를 주억거릴 것이다.

그리고는 답할 것이다.

까악 까아악

새들의 대화라 통역불가다.

차별 없이 서로서로 사이좋게 지내는 세상을 꿈꾸기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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