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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Oct 01. 2023

제게 연휴는

여든일곱 번째 글: 시간이 많아도 탈입니다.

대부분의 연휴가 늘 그랬습니다. 시간이 많이 나 뭔가를 거창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았어도 항상 뭘 하며 시간을 보냈는지 기억에 없습니다. 직장에 나가는 것도 아닌 데다 모처럼 엿새나 되는 황금 휴일을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정은 크게 바뀌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아이들도 제 앞가림을 할 만큼 다 컸습니다. 더는 예전처럼 놀아달라고 조르는 일도 없습니다. 그야말로 온전한 휴일의 조건을 다 갖춘 셈입니다. 그런데도 저는 출근하던 평일보다도 더 못한 시간 운용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애초에 연휴에 들어서기 전,  두 가지 일을 끝내기로 작정했습니다. 물론 표면적으론 일이라고 지칭했지만, 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일에 불과합니다. 이 두 가지 일을 해놓아야 다음 진행이 가능하므로 이번 연휴가 이 일들을 해내는 데 적기인 셈이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한 가지는 마무리한 상태입니다.


문제는 이제 남은 한 가지입니다. 그 일을 매듭짓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틀은 이미 완료된 상태입니다. 몇 군데만 손을 보고 좀 더 매끄럽게 다듬기만 하면 됩니다. 그렇게 해서 이미 써놓은 스물한 의 글을 하나로 묶기만 하면 됩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내일부터 아내는 출근합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내가 집에 있으면 글이 잘 써지지 않습니다. 아내는 제가 네이버 블로그에서 '매일 1편 1000일 글쓰기'를 진행하는지도 모르고, 이곳에서 벌써 300편의 글을 쓰는 동안에도 그 어떠한 관심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집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신경이 쓰입니다. 딴에야 이것저것 집안일을 한다고 하지만, 글을 쓰고 있으면 어쩐지 해야 할 일을 내팽개치고 글을 쓰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간혹 그런 생각을 해볼 때가 있습니다. 돈벌이가 되는 글을 쓴다면 상황이 달라질까, 하고 말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내가 돈만 밝히는 타입이라거나, 돈도 안 되는 그런 쓸데없는 글쓰기를 왜 하고 있냐는 투로 를 다그치거나 하진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뭘 하든 무관심한 편입니다.


배부른 투정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그런 무관심이 제겐 더 부담스럽습니다. 과연 남은 한 가지 일을 이틀 안에 끝낼 수 있을지 심히 의문이 듭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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