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숲오 eSOOPo
Oct 01. 2023
인적이 드문 때에 산에 오른다.
중턱에 다다르자 몸을 틀어 신을 벗는다.
완만한 둘레길을 걷기 시작한다.
첫걸음은 따갑고 무겁다.
바닥의 모든 자갈과 모래알이 발바닥과 마찰한다.
송곳처럼 날카롭게 발걸음을 제어한다.
눈을 땅으로부터 떼어내는 것이 불가하다.
들고 있던 신을 다시 바닥에 내려놓고 싶다.
디딜 때마다 발은 비명을 지른다.
십 분을 엉금엉금 걸어가자 이내 익숙해진다.
마치 한 장의 덧신을 신은 듯 감각은 통증에서 시원함으로 바뀐다.
이내 머리끝이 청량하다.
발바닥이 인간의 오장육부와 신체곳곳과 연결되어 있음을 실감한다.
발에는 칠 천 개의 혈자리가 있다고 한다.
발바닥을 자극하면 온몸이 자극을 받는 효과다.
용천혈이 닿을 때마다 몸은 뜨거워지고 기운이 솟는다.
요즘 어싱Earthing이 유행처럼 번진다.
접지를 위한 걷기.
인체에 흐르는 전기적 요소를 맨발로 땅에 접지함으로써 제거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러한지는 모르나 기분이 좋으니 그것으로 족하다.
삼십 분이 지나자 워커스하이 walker's high를 느낀다.
자연의 형태로 움직이자 자유를 실감한다.
신을 신던 이전의 상태가 전혀 그립지 않다.
바닥의 자잘한 자갈정도는 장애물이 아니다.
간혹 만나는 시냇물은 오아시스가 되어 발을 쉬게 한다.
그동안 발에게 너무 호사를 안겼다.
양말에다가 쿠션이 든 신들은 발을 돕는다기보다는 퇴화시켰다.
발이 연약한 신체부위가 아니었다.
바닥하나정도는 감당할 피부를 가졌다.
한 시간을 넘게 걸었으나 어디 하나 상처는 없다.
오히려 번잡한 마음이 맑아지고 보이지 않는 내 몸속의 장기들도 제자리를 찾고 활성화되는 듯하다.
이제는 신발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진다.
고작 한 번의 맨발 걷기인데도 이 정도라면 발은 신발보다 맨발을 더 그리워했는지 모를 일이다.
날마다 하면 좋을 일이다.
흙이 생활에서 가까워야 하는데 인조바닥들이 대부분이다.
땅으로부터 기운을 받아 살아야 하는데 스스로 차단했다는 반성을 한다.
발은 수신기다.
자주 맨발로 그 기운을 받아들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