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닥치고써 Oct 04. 2023

불면의 새벽

아흔 번째 글: 반복되는 이 고리를 어찌 끊어낼까요?

새벽 12시 40분쯤 자리에 누웠습니다. 날이 새면 출근을 해야 하니 좋든 싫든 자야 하니까요. 그런데 이럴 때마다 단 한 번도 제대로 잠에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잠시 잠이 들었나 싶더니 1시간도 채 안 되어 잠을 깨고 말았습니다. 화장실에 가고 싶었던 것도 아닙니다. 마치 누가 마구 흔들어 깨우기라도 한 듯 거짓말처럼 일어나고야 말았습니다. 모두가 한잠에 빠져 있을 시간에 말입니다.


쉽게 잠을 청하지 못하는 이유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누군가는 그렇게 말할 것입니다. 바로 그 잠에 못 들게 하는 근원을 말끔히 해결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입니다. 물론 이 말 자체에 모순이 있습니다. 그렇게 쉽게 해결될 만한 문제라면 고작 그따위 문제로 잠을 설치지는 않을 테니 말입니다. 게다가 그 문제는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닙니다.


이리 뒹굴어 보고 저리 뒹굴어 봅니다. 으레 그랬듯 잠이 안 옵니다. 스마트폰을 열어 괜스레 어디서 카톡이라도 온 게 없는지 확인합다. 있으면 읽어봅니다. 늦은 시간이긴 하지만 답장해도 되는 사람이면 답장을 합니다. 그 외에 이런저런 곳을 몇 군데 둘러봅니다.


폰을 덮고 다시 자리에 눕습니다. 반듯하게 누우니 허리에 뭔가가 배기는 것 같습니다. 이번엔 옆으로 누워봅니다. 옆으로 누우니 금세 팔이 저려옵니다.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다 결국엔 자리에 벌떡 일어나 앉습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니 거실에서 자고 있을 아내가 깰까 싶어 신경이 쓰여 그러지도 못합니다.


다시 스마트폰을 엽니다. 이번엔 유튜브로 들어가 소리만 켜놓고 잘 만한 아이템을 고릅니다. 이럴 때 유튜브 영상을 보다 보면 밤을 꼴딱 지새우게 될 걸 아니 그것만은 참습니다. 명상의 말씀, 부처님 말씀, 인문학 강의 어쩌고 저쩌고……. 대중가요를 틀어놓으면 노래를 따라 부르게 되고, 중단편 소설 오디오북을 틀어놓으면 다음 스토리가 궁금해 눈만 멀뚱해집니다. 당연히 이번에도 잠이 오지 않습니다. 이젠 아예 들리는 소리에 잠까지 달아날 판입니다.


그러다 2시 30분경, 결국 일을 내고 말았습니다. 온라인 글쓰기방에서 방장님의 요청을 받고 가 만든 사담방에 들어가고 만 것입니다.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신이 납니다. 역시 는 누군가와 수다를 떨어야 하는 사람인 모양입니다. 신나게 얘기를 나눴습니다. 글 얘기, 책 얘기, 그리고 사랑 얘기 등, 이런저런 얘기로 기어이 잠은 싹 자취를 감춰버립니다. 그러다 대화가 잘 통하는 한 분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출근 준비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결국은 오늘도 이렇게 날밤을 새고 말았습니다. 한 해가 갈수록 달라지는 체력엔 아랑곳없이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관건은 오늘 하루 잘 버텨내기입니다. 별일 없어야 할 텐데, 하며 오늘도 지하철에 오릅니다.


사진 출처: pixabay.com

매거진의 이전글 시간은 간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