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쓰기 책
아흔여섯 번째 글: 또 한 번 속았네요.
모리사와 아키오라는 사람이 쓴 "프로만 알고 있는 소설 쓰는 법"이란 책을 읽고 있습니다. 제목이 그다지 마음에 들진 않지만, 며칠 전에 들른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에서 업어 온 책입니다.
일본의 모든 작가를 알고 있는 것은 아니나, 적지 않은 작가들의 작품을 읽어온 저에겐 처음 듣는 이름이었습니다. 인터넷 서점 책 소개 글에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당당히 적혀 있는 걸 보면 꽈 이름 있는 작가인 모양이었습니다.
책 내용을 언급할 필요는 굳이 없을 듯합니다. 소설 쓰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사례별로 질문을 하면, 모리사와 아키오가 이에 답한 식으로 묶어낸 일명 소설 쓰기 비법 61가지에 관한 책이었습니다. 약간의 기대도 갖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어쩌면 '소설 쓰는 법'이란 말보다는 '프로만 알고 있는'이란 표현에 더 눈길이 갔다는 게 맞는 표현이겠습니다. 뭐, 그런 심리가 아니었을까요? '야, 이건 비밀인데 말이야' 하며 꺼낸 말에 더 귀가 솔깃해지는 그런 심리 말입니다.
대략 서른 가지가 조금 넘는, 프로만 알고 있다는 비법을 읽었습니다. 비밀이니 어디 가서 절대 얘기하면 안 된다며 꺼낸 말이 흔히 별로 들을 게 없듯 이 책 역시 실망감 그 자체였습니다. 정작 저자는 프로만 알고 있는 비책이라며 소개하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도 새로운 게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배울 만한 내용은 없었다는 겁니다.
일단, 남은 절반에 아직 소개하지 않은 비책이 나올 수도 있겠으나, 책이라는 매체의 속성상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됩니다. 앞에서 '하나도 새로운 게 없었다'라고 감히 표현한 것은 죄다 이미 제가 알고 있는 내용들이었다는 것입니다. 순간 그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난 벌써 프로라는 말인가?'
혼자서 피식, 하며 웃고 말았지만, 당연히 그럴 리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제가 다 아는 내용을 갖고 마치 새로운 뭔가가 있다는 듯 버젓이 단행본으로 나와 있을까요?
제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역시 경험을 이기는 건 없다고 말입니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어쨌건 간에 직접 소설을 써왔으니, 그 대단하다는 책 속에 쓰인 비법을 이미 저는 알고 있는 것이겠습니다. 역시 빈 수레가 요란한 게 맞고, 소문난 잔칫상에 먹을 거 없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습니다.
오늘 한 권의 책을 통해 중요한 사실을 한 번 더 깨달았습니다. 글쓰기에, 특히 소설 쓰기에 비법은 없다고, 그래서 비법을 찾느니 닥치고 소설이나 쓰는 게 옳은 방법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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