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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Oct 10. 2023

아들과 운동

아흔여덟 번째 글: 드디어 발등에 불이 떨어졌나 봅니다.

네이버 블로그에 매일 1편씩 100일 글쓰기를 완수했을 때만 해도 못해도 하루에 1시간 20분 정도씩은 단지 내 피트니스 센터에 가서 운동을 꾸준히 했습니다. 1주일 기준으로 했을 때, 최대 7일을 운동했고, 너무 피곤한 주에는 그 주의 일요일 하루만 쉬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하던 운동이 어쩐지 시간이 지날수록 시간도 조금씩 줄어들 뿐만 아니라 이 핑계 저 핑계로 운동을 쉬게 되는 날이 늘더군요. 물론 운동을 가기 싫어서 요령을 피운 건 아닙니다. 도(경북) 단위 수업선도교사 공개수업을 앞두고 3일 정도 밤늦게까지 남아 수업을 준비해야 했고, 하루는 또 다음 날에 있었던 학부모 공개수업 준비로 운동을 빠질 수밖에 없었으며, 또 한 번은 학부모님 한 분과 상담을 하다 보니 얘기가 깊어져 2시간 40분이나 상담을 하는 바람에 집에 거의 11시쯤에 들어왔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쉬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저의 글쓰기도 그렇지만, 저는 운동할 때에도 하루도 쉬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어느 정도 강제성을 띠고 해야 하는 일, 쉽게 말해서 할 때 적지 않은 고통과 힘듦이 수반되는 일을 수행할 때에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꾸준히 해야 오늘도 할 수 있고 내일도 할 수 있는 것이지, 이런저런 이유로 오늘 하루 빠지게 되면 당장 내일 하기 싫어진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입니다. 물론 피곤한 한 주의 일요일에 운동을 어쩔 수 없이 쉬던 날에는 다음 날인 월요일에 정말 운동 가기 싫은 충동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왼쪽 팔에 무리가 와서 덤벨을 들기는커녕 푸시업을 하려고 땅을 짚는 것조차 힘이 들었습니다. 센터에 있던 코치 선생님에게 물어보니 그럴 때에는 미련을 두지 말고 무조건 운동을 쉬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런 몸의 신호를 무시하고 운동했다가는 자칫 큰 부상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부상을 입으면 짧으면 1~2주에서 길면 몇 달을 하고 싶어도 운동을 할 수 없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원래 저의 하루 운동 루틴은 다음과 같습니다.


준비 운동

푸시업 150회

스쾃 100회

런지 100회

크런치 100회

레그레이즈 100회

마무리 운동


다른 운동은 결코 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랫풀다운이니 시티드 로우니 시티드 숄더 프레스니 레그프레스 따위의 머신을 이용한 운동은 근처에도 가지 않습니다. 머신을 이용한 운동은 너무 편하게 운동을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갖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역시 아니나 다를까, 저는 운동할 때에도 조금은 저 자신을 혹사시키는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부상 아닌 부상을 입으니 당분간 운동을 쉬어야 했습니다. 자, 그런데 이제 문제가 생겼습니다. 넉넉하게 2주 정도를 쉬었습니다. 마치 인대가 늘어난 것 같은 느낌을 주던 왼쪽 팔도 나았고, 가서 1시간 30분 정도는 거뜬하게 운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거의 보름 만에 피트니스 센터에 다시 간 날, 전 마치 센터에 처음 등록하고 운동하러 나온 사람 같습니다. 거짓말처럼 처음으로 다시 세팅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그러다 보니 보름 만에 간 운동에서 아무런 즐거움도, 그리고 보람도 얻을 수 있습니다. 그 이후 앞에서 말씀드린 다양한 학교 행사 등이 있었고, 이로 인해 자동적으로 운동을 쉬는 날이 많아지니 나중에는 운동을 하는 날보다 쉬는 날이 더 많아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다시 운동을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가려했더니 며칠 있다가 같이 운동을 가자고 합니다. 운동 가자고 가자고 그렇게 노래를 불러도 안 가겠다던 녀석이 어쩐 일인지 제 입에서 먼저 운동 가자는 말이 나왔습니다. 어쩐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진짜 갈 거냐고 다시 한번 물었습니다. 아들놈은 가겠다고 합니다. 아니, 반드시 가야 한다고 다짐합니다. 난데없이 운동 가려는 이유를 물었더니 곧 군대를 가는데 훈련소에서 체력 테스트가 있다는 것입니다. 몇 가지 종목들이 있었는데, 그들 중의 대부분은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었습니다.


저희 아들놈은 11월 27일에 입대합니다. 해마다 응시하는 150명 정도 중에 대략 3명 정도 떨어진다는데, 설마 떨어지겠느냐고 큰소리를 치면서도 내심은 불안한 모양입니다. 결국 그런 사정으로 인해 오늘 처음으로 저희 아들놈과 함께 운동을 갔습니다. 예전의 그 코흘리개 녀석도 아니고, 21살이나 먹어 이제는 어엿이 성인이 된 녀석과 함께 피트니스 센터에 가니 무척 든든하단 마음이 들더군요.


체력은 제가 그 녀석을 따라갈 수 없지만, 그나마 경험이 있는 제가 녀석보다는 운동 고수이다 보니 다양한 운동의 동작을 가르쳐 줬습니다. 일단 오늘은 첫날이니 무리하지 않는 차원에서 머신을 이용한 운동을 했습니다. 오늘 해보고 확실히 느낀 건데, 역시 머신 운동은 정말 너무 편했습니다. 순수 맨몸운동 위주로 했던 때의 그 고통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편하게 운동을 했습니다. '이게 과연 운동이 되긴 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만, 센터에 처음 온 아들놈이 무리를 할 수 없으니, 오늘은 두 사람 다 처음 왔다고 생각하고 순례를 하며 운동했습니다. 네, 맞습니다. 센터 안을 돌면서 이것도 찔끔, 저것도 찔끔, 하는 식으로 운동을 했습니다. 저 역시 오랜만에 운동을 해서였을까요? 머신으로 한 운동이었지만, 몸 구석구석에 반응이 오는 것 같습니다. 1분 30초 동안 러닝 머신에서 걷다가 이후 1분 30초간은 달렸습니다. 그러다 다시 걷고 하며 몸에 어느 정도 땀도 흘렸습니다. 저는 내친김에 덤벨컬, 해머컬도 했고, 푸시업에서 레그레이즈까지(푸시업, 스쾃, 런지, 크런치, 레그레이즈) 40초 동안 동작을 하고 20초를 쉬는 방식으로 운동했습니다.


신나게 몸을 달구고 있는데, 1시간 약간 지났을 즈음, 아들놈이 집에 가자고 했습니다. 어지럽다고 합니다. 젊은 놈이 쯧쯧, 하며 혼자 보낼 수는 없어서 저도 따라나섰습니다. 사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저 또한 약간 힘에 부친다는 생각이 들 때였습니다.


아빠라는 사람이 왜 아들이 필요한지, 저는 엄마는 아닙니다만 엄마는 왜 딸이 필요한지를 절실히 느꼈다고나 할까요? 마음껏 운동을 하지는 못했지만, 생전 처음으로 아들놈과 함께 한 공간에서 운동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11월 27일이면 대략 7주밖에 안 남았지만, 그 7주라도 열심히 운동을 해보려 합니다. 7주 후 아들놈이 군대 간 뒤의 운동은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다면, 그건 뭐 그때 가서 결정하는 게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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