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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Oct 12. 2023

창작의 탄력

백두 번째 글: 연말까지 600호의 글을 쓰는 게 목표입니다.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습니다. 앉기만 하면 글이 나옵니다. 서서 있다가도 폰만 펼치면 글감이 떠오릅니다. 늦게까지 한글을 모르다 갓 한글을 익히자마자 길거리의 간판이라는 간판은 죄다 읽어대는 어린아이처럼, 말문이 늦게 트여 그동안 쌓였던 말을 일시에 쏟아내는 아이처럼 글이 마구 쏟아져 내립니다. 조금만 과장을 하자면,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어쩌고 저쩌고 하는 애니메이션에서 딱 제목 그대로 하늘에서 음식이 내리는 것처럼 그렇게 글이 써지고 있습니다.


어제도 그날의 다섯 번째인가 여섯 번째 글을 발행하고 나서 한숨을 돌리다 문득 300호 글을 발행한 날짜가 궁금했습니다. 확인해 보니 9월 30일, 그 이후로 11일이 흐르는 동안 56편의 글을 발행했습니다. 자화자찬 격이라고 해도 분명한 사실은, 이 정도 양의 글을 쓴다는 게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그렇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저는 글을 잘 쓰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이렇게 미친 듯 글을 몰아서 쓸 수 있는 이유는, 글을 발행하는 데 있어서의 조건이 조금도 까다롭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의 조건은 단 네 가지입니다.


1. 비문은 없게 한다.
2. 쓰면서 읽을 때 흐름이 어느 정도 자연스러우면 일단은 넘어간다.
3. 완성 후 반드시 한 번은 읽으며 빠진 낱말이나 더 넣어야 할 말이 있는지 살펴본다.
4. 마지막으로 반드시 맞춤법 검사기를 돌린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네 가지는 한 편의 글을 쓸 때마다 빠뜨리지 않는 과정입니다. 번호를 매겨놓은 것처럼 순서에 따라 돌다리를 두드리는 심정으로 글을 살핍니다.


"쇼펜하우어의 문장론"이란 책을 보면 글을 잘 쓰려면 다독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일반적으로 글을 잘 쓰기 위한 조건인 삼다 중 첫 번째 조건인 '다독'에 정면으로 대치되는 대목입니다. 다행히 이 책을 다 읽지 않아 '다작'도 하지 말라는 부분을 보진 못했지만, 이대로 간다면 가수 이용 씨의 노래를 듣기 전에 무난히 400호의  글을 발행할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 단순하게 계산해도 한 달 남짓 100편의 글을 쓰게 되는 셈입니다. 가히 무슨 창작의 신이라도 영접한 기분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이 같은 속도로 글을 쓸 수 있을까요? 과정이야 어떠하든 물 들어오는 김에 노를 젓는 게 맞지 않겠나 싶습니다.


어느 책에선가 그런 대목을 본 기억이 납니다. 뭔가를 할 때 장기적인 목표도 중요하지만 반드시 단기 목표를 설정할 필요도 있다고 말입니다. 좋습니다. 12월 31일까지의 제 단기 목표는 600호 글을 발행하는 것입니다. 지금 이 글이 357호이니 243편이 남았습니다. 올해의 마지막날까지 오늘까지 합쳐서 81일 남았네요. 무슨 약속이라도 한 듯 계산이 딱 맞아떨어집니다. 하루에 3편씩 쓰면 되겠습니다.


누가 뭐라고 하든 그냥 써보려 합니다. 다듬고 다듬는다고 더 좋은 글이 나온다는 보장도 없고, 발행하지 않고 서랍 속에 넣어놔 봤자 그 글의 가치를 확인할 길은 없으니까요. 이게 창작의 신이든 무엇이든, 일단 한 번 영접은 해봐야겠습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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