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닥치고써 Oct 19. 2023

출근길 단상

백열 아홉 번째 글:

어젯밤에 잠이 들 때 오늘 아침에 못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건 아무리 지옥 같은 어제를 보냈던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어쩌면 어제보단 그나마 더 나은 오늘을 꿈꾸며 잠이 들었을 겁니다. 밤 사이에 돌연사할 수도 있는 것이 사람입니다. 8년 전엔가 제가 근무했었던 학교에서 6학년 남학생 한 명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걸 봤기 때문입니다. 지병도 없던 아이의 갑작스러운 돌연사, 사인은 심장마비였습니다. 그 죽음을 목격했던 선생님들이, 그 어린 나이에 심장마비로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그게 사람의 운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었으나 실제로 그런 경우를 처음 봐서 당시에 꽤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이후로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사람의 일이라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하나의 밤을 무사히 통과하고 또다시 아침을 맞이했다는 건 커다란 축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마터면 이 좋은 아침을 못 볼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이 그렇다면 아침의 기후 상태가 어떻든, 혹은 피로에 지쳤든 즐겁고 감사하게 이 아침을 맞이해야 할 것입니다.


지하철을 타고 대구역으로 이동 중입니다. 어제처럼 많은 사람들이 오늘 하루를 열기 위해 지하철에 몸을 실었습니다. 가 탄 객차에 현재 22명의 승객이 있습니다. 모두가 하루를 보내기 위해 어딘가로 가고 있는 중이지요. 심지어 어떤 이들은 우리가 다 잠들어 있는 밤에 일을 하기도 합니다. 아침이라 그런지 절반 정도의 사람들만 휴대폰으로 뭔가를 보고 있습니다. 물론 그 속에는 포함됩니다. 나머지는 부족했던 잠을 보충하려는지 눈을 감고 있습니다.


늘 만나는 아침의 풍경입니다. 어제도 그랬고, 그저께도 그러했습니다. 그렇게 보면 행복이란 게 별 게 있나 싶은 생각이 들곤 합니다. 무의미한 듯 보이는 일상의 반복, 그런 일상을 맞이했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고, 그 무의미함 속에서 각자의 의미를 찾아가고 만들어 가는 과정이 행복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어제와는 다른 오늘이 펼쳐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실상 그럴 확률은 지극히 낮다는 걸 우리 모두는 알고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별것 없는 인생입니다. 그 별것 없는 하루하루가 모여 의 30대를, 40대를 무탈하게 보낼 수 있게 한 셈입니다. 어느덧 50대를 관통하고 있는 지금 특별하지 않은 이 매일이 모여 '나'라는 한 인간의 삶을 형성하고 있음을 압니다. 하루하루가 더없이 소중하다는 뜻이겠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 평범한 아침이 조금은 특별하게 다가오는 듯합니다.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 그래서 특별한 이 아침이 더 반갑기만 합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저녁에도 결국은 특별할 것 없이 보낸 하루를 마무리하겠지만, 이렇게 맞이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해야 할 일입니다. 평소에는 전혀 하지 않았던 '감사하기'로 하루를 시작하는 오늘 이 아침이 소중하기 그지없습니다. 지하철에 기대어 잠을 청하는 사람들, 휴대폰을 내내 들여다보고 있는 이들, 저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 아침을 맞이하고 있을까요? 이 자리를 빌어 모든 이들의 행복하고 소중한 아침을 기원해 봅니다.


사진 출처: 작성자 본인이 직접 촬영

매거진의 이전글 찬란한 기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