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수공원 Oct 19. 2023

찬란한 기쁨

눈물 나도록 마음 가득한 순간들

Ardis Whitman의 Overtaken by Joy는 1965년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처음 실렸다가, 2017년호에 다시 오르게 된 글입니다. 제목 만으로도 가슴이 뛰지요. 기쁨이라 번역되는, Joy, 그 엄청난 행복감, 현기증 나는 그 기쁨의 순간들입니다.


이런 것들이 삶을 지탱합니다. 자주 들여다보고 크게 읽고 눈물 그렁한 날들이 말로 표현하지 못할 기쁨입니다. 책뿐만 아니라 사람도요. 가슴 벅차도록 기쁜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조용히, 때로는 흥분의 소리를 마음껏 지르며 더 살만한 세상을 가슴에 가져갑니다.


Ardis Whitman이 말하는 그 빛나는 기쁨의 순간들은 엄청나게 특별한 순간이 아닙니다.


외로움을 찾아 해변을 걷다가 어두워져 가는 저 바다 멀리 배 위에 하나의 이미지로 떠오르는 어떤 한 사람과 하나가 되는 느낌을 가지며

가족을 위해 아침을 준비하며 재잘거리는 아이들, 아이들 얼굴로 내려앉는 햇살, 사소한 것에 집중하고 있는 아내나 남편의 모습을 보며

수영장에서 아이들이 한없이 즐거워하며 물고기처럼 은빛으로 물장구를 치며 노는 것을 보며

다른 사람과 같이 말하고 같이 눈 맞추고 같이 느끼고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인간 욕구의 5단계로 유명한 미국의 심리학자 Abraham Maslow는 그런 순간들을  경외(great awe), 진한 행복(intense happiness), 황홀(rapture, ecstasy) 또는 축복(bliss)이라고 말합니다.


Ardis Whitman은, 기쁨은 행복 그 이상의 더할 나위 없는 충만의 경지라고 말합니다. 경외심과 알 수 없는 그 무엇이 같이 합쳐진 그 가득함이 기쁨입니다. 어떤 것과 또는 어떤 사람과 완벽하게 같이 하는 느낌의 경이로움일 겁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런 순간들은 자주 있지 않아요. 바쁘게 틈 없는 생활에 찌들어, 그나마 있는 틈마저도 초단위로 지나가는 무의미한 시각적 청각적 자극들에 눈과 귀가 그리고 마음이 흐려지곤 하니까요.


하늘이 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지금 나를 둘러싼 것도 보이지 않는 하늘이라는 것을 느끼며

나무들 사이로 반짝이며 장난치는 햇살에서 어떤 사람의 눈빛이 떠올라 마구 그리울 때

책 속의 주인공이 슬픈 오솔길을 걸으며 마음을 꾹꾹 누를 때 같이 우울해 눈물 흘리며

책을 읽다가 갑자기 가슴이 벅차 책으로 나를 끌어준 사람에게 용기 내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며

글 쓰다 식어버린 홍차를 다시 전자레인지에 데우며 북쪽으로 난 작은 주방 창문으로 밖을 보다가

언제도 사랑을 하지 않은 적은 없었어 나를 인정하며 뻔뻔한 외사랑에 외로운 기쁨을 얹을 때

음악을 듣다가 문득 눈물이 차올라 길가에 차를 세우고 조용히 음악이 끝날 때까지 앉아 있을 때

너무도 진지하게 시험을 보는 학생들의 바쁘게 펜 긁적이는 소리를 들을 때


이렇게 황홀한 기쁨으로 살아갑니다.


오늘도 눈물 나게 벅찬 시간들을 촘촘히 느끼며 살고 싶습니다.



사진 - 'Overtaken by Joy' by Ardis Whitman, 2017년 리더스 다이제스트

영어 - Joy, happiness, awe, rapture, ecstasy, exaltation, exultation, glowing, elation 아, 기쁨과 황홀의 단어가 이리도 많은데...

매거진의 이전글 사백 번째 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