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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Oct 20. 2023

최근에 손 편지를 써 보셨는지요?

가장 최근에 편지를 써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이메일 말고 손 편지 말입니다. 사실 이메일은 메시지이지 편지라고 하긴 어렵지요. 그렇다면 편지는 어떤 글일까요?


편지라는 형태의 글에 대해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수필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붓 가는 대로 누구나가 큰 구애 없이 쓸 수 있는 게 수필인데 반해, 편지는 정해진 틀이 있다 보니 아무래도 쓸 때 이래저래 걸림돌이 많습니다. 다들 아실 테지만, 잠시 그 틀에 대해 언급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받는 사람 - 첫인사 - 본문 - 끝 인사 - 쓴 날짜 - 쓴 사람


편지를 쓰는 것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는 건,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교내 감사 편지 쓰기 대회 같은 걸 해보면 일단 아이들은 누구에게 쓸 것인가를 두고 한참 고민합니다. 모두가 그렇다고 일반화하긴 어렵다고 해도 대체로 그건 여학생보다는 남학생들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아무래도 여학생보다는 남학생들이 글쓰기를 싫어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 교내 편지 쓰기 대회가 열립니다. 아이들은 한창 편지를 쓰느라 바쁩니다. 정해진 1시간이 다 되었을 무렵 완성작을 거둡니다. 물론 이때 내용은 절대 보지 않습니다. 명백한 아동 인권 침해입니다. 요즘은 일기를 검사하는 것도 인권 침해라고 해서 일선 학교 현장에서 가급적이면 일기 검사를 권장하지 않습니다. 참고로 그런 상황에서도 묵묵히 일기를 검사하시는 선생님들은 굉장한 사명감을 갖고 계신 분입니다. 아, 물론 숙제 등으로 일기 쓰기를 제출하는 것도 법에 저촉됩니다.


아무튼 편지를 거둬서 형식을 제대로 갖췄는지 살피다 보면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됩니다. 남학생의 90% 정도가 편지지 한 장은커녕 1/3 정도밖에 쓰지 못하거나 많이 써 봤자 절반을 넘기지 못합니다. 그나마 여학생은 좀 나은 편인데, 그래도 30% 정도의 여학생들이 비슷한 현상을 보입니다. 내용 자체의 질적인 면을 봐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단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남학생들이 쓴 편지는 (도저히) 읽을 만한 수준의 글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어쨌거나 받는 사람의 기분이나 감정을 생각한다면 너무 짧은 분량의 편지는 오히려 실례가 될 수 있기에 제가 왜 이렇게 짧게 썼냐고 물어보게 됩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대답합니다.


선생님! 쓸 게 없어요! 할 말이 없어요!


네, 아이들의 말은 분명 틀린 게 아닙니다. 모든 것이 전자 시대라 그런지 아이들이 직접 손으로 글씨를 쓰거나 마음속에 담아둔 내용을 한 편의 글로 표현하는 데 있어 상당한 어려움을 호소하기 때문입니다.


여러 작가님들은 어떠신지요? 저는 최근에 동료 선생님에게 손 편지를 쓴 적이 있습니다. 쓰면서 꽤나 애를 먹었습니다. 그 말은 어른에게도 편지를 쓰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심지어 아이들에게 편지를 쓰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으면서도 말입니다. 이왕 말이 난 김에 누군가에게 손 편지 한 번 써 보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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