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그렇게 빌었기 때문인지 출근할 때 잠깐 비가 내린 뒤로 우산을 펼치고 갈 일은 없어졌습니다. 다만 오늘은 금요일입니다. 주말을 앞두고 있지요. 그런데 참 이상한 노릇입니다. 평일엔 늘 한산했던 통근기차 안이 금요일 저녁만 되면 거의 두 배 이상 북적입니다. 차를 두고 어디 술이라도 한 잔 하러 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일까요? 예전 열차카페 칸의 바닥에 퍼질르고 앉으려 해도 그럴 만한 공간이 안 나올 정도입니다.
사실 그래서 금요일 퇴근길에 타는 기차는 하나의 스트레스 거리가 됩니다. 빈 틈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빽빽이 서 있는 가운데, 기차가 요동칠 때마다 몸도 따라 흐느적댑니다.
가차에서 내릴 때까지 20분 남짓이니 망정이지 1시간 이상 가야 한다면 이만한 고역도 없을 것 같습니다. 자꾸 비틀거릴 수는 없어서 적당한 공간이 있나 둘러봅니다. 물론 그런 곳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 웬만큼 서 있을 만한 곳은 먼저 본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었고, 심지어 쇠 지지봉을 잡을 만한 곳도 없습니다. 이번엔 객차에서 객차로 건너갑니다. 역시나 어딜 가든 사람들밖에 안 보입니다.
대중교통으로 통근할 때 금요일은 사실상 최악의 경험을 선사합니다. 한 주간 시달렸으니 주말을 앞둔 저녁만이라도 좀 편하게 가도 된다는 건 애초에 저에겐 없는 선택지입니다. 매번 돌아오는 금요일만 되면 이젠 차를 몰아볼까, 하는 생각을 아주 가끔 하기도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오늘 하루만 잘 넘기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또 지나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슬슬 피곤이 밀려옵니다. 25분 정도만 있으면 집에 도착합니다만, 집에 가서도 휴식을 기대할 순 없습니다. '내가 피곤하면 너도 피곤하고, 내가 쉬고 싶듯 너도 쉬고 싶은 게 인생'이기 때문입니다. 대략 다섯 시간 정도는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배우지만, 그만큼 잃는 것도 적지 않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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