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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Oct 22. 2023

나의 결 대로

백 스물네 번째 글: 가장 중요한 것은 내 흐름을 유지하는 것

집에서 그리 멀어 떨어져 있지 않은 지역 유력 일간지에 신춘문예 공모전에 작품을 응모할 때의 일이었습니다. 4년인가 연달아 응모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대개 원고를 접수하러 가면 공모전 담당자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저기 두시면 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곳에 가 보면 꽤 큰 박스 안에 원고가 쌓여 있습니다.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시 부문은 박스가 몇 개나 준비되어 있고, 각각의 박스 안에는 그야말로 산더미 같이 원고가 쌓여 있습니다. 소설 부문은 아무리 많아도 응모작이 시 부문의 절반도 채 안 됩니다. 그렇게 산더미 같이 쌓인 원고를 보며 과연 저 많은 양의 원고를 언제 다 볼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어차피 당선작으로 선정되는 한 편의 원고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쓰레기 더미에 지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응모했던 해엔가 어쩐 일인지 담당자가 따뜻하게 말을 건넵니다. 그런데 정말 웃긴 건 제가 말을 꺼내지 않았는데도 그 담당자는 제가 응모하는 부문이 어느 부문인지 알고 있었습니다.

"소설인가요? 소설은 이쪽에 두시면 됩니다."

제가 소설을 들고 왔는지 어떻게 알았는지 물어볼까 하다가 안 그래도 공모전 기간 동안 내내 시달렸을 담당자를 생각하니 그런 자질구레한 말을 묻는 건 실례 같았습니다. 어쩌면 제가 들고 선 봉투의 두께를 보고 알았을 수도 있긴 합니다만, 시 같은 경우에는 서너 편 이상 응모하는 사람도 많기에 단편소설 1편 분량에 버금가는 혹은 능가하는 양을 들고 오는 경우도 많은 걸 보면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혹시 머리에, '나, 소설 쓰는 사람이오.'라고 적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이 바쁘시지요?"

"하하하. 네, 이맘때면 그렇습니다. 제가 맡은 일이 이렇다 보니……."

"내일이 마감이니 이제 작품이 얼추 다 들어온 것 아닌가요?"

"그럴 리가요? 마감날 전체 원고의 절반이 넘는 양이 들어온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아직 멀었다는 얘기지요."

이미 산더미처럼 쌓인 원고를 보다 저는 담당자도 이 일이 보통 아니겠구나,라고 생각하며 수고하시라는 말과 함께 그 자리를 나왔습니다.


아침부터 폰이 부산하게 울려댔습니다. 문자메시지도 카톡도 각종 알림 메시지도 아니었습니다. 브런치북 신간 발행 소식이었습니다. 오늘 아침에 왜 이렇게 많은 작가님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브런치북을 발행하고 있나 하고 생각해 보니, 마침 오늘이 프로젝트 공모전 마감일이었습니다. 제가 구독하고 있는 작가님들만 해도 이 정도이니 전체 작가님들의 브런치북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을 정도가 아니겠나 싶습니다.

브런치북을 발행하는 목적은 각자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만약 응모를 하게 된다면 공통적으로 수상작에 뽑히는 일일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어떤 작품들이 뽑힐까, 하고 말입니다. 조심스럽긴 하지만, 아마도 어쩌면 딱 보면 아는 게 아닐까요?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안다'라는 속담은 있지만, 우리가 살다 보면 굳이 길고 짧은지 대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느끼곤 합니다.


저는 2023년 6월 9일에 이곳에 왔습니다. 아마도 수백 수천 번 이 사이트에 폰으로, 노트북으로 접속했을 것입니다. 그때마다 '에디터픽 신작 브런치북', '오전(오후) *시 브런치스토리 인기 글', '완독률 높은 브런치북', '요즘 뜨는 브런치북', 그리고 '에디터픽 최신 글'이라는 코너를 보게 됩니다. 초창기에는 어떻게 하면 이 코너에 제 글이나 브런치북이 소개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이 다섯 가지 코너에 올라갈 수 있는 기준이 별도로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웬만해서는 제 글이 혹은 브런치북이 소개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기준이 작품성일까요? 그렇다면 저는 아주 빠른 속도로 꼬리를 내릴 수 있습니다. 만약 작품성이 아니라면 무엇일까요? 가장 만만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얼마나 많은 '라이킷'을 받은 글이 아니겠느냐, 하는 생각입니다.


뭐, 어쨌든 좋습니다. 감히 이렇게 말해도 좋을까요? 이번 프로젝트 공모전에 입상하는 작품들은 어쩌면 최소한 우리의 생각 속에선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봐도 될까요? 공모전에 제출하는 형태가 브런치북이니, 그렇다면 '에디터픽 신작 브런치북', '완독률 높은 브런치북', 그리고 '요즘 뜨는 브런치북'에 최소한 1번이라도 소개된 작품이 아니라면 상식적으로 입상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소소한 변수는 있다지만, 대체로 월드컵 경기가 열리기 전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최종 순위 판도는 그다지 크게 바뀌지 않습니다. 누가 우승을 혹은 준우승을 하느냐, 어떤 나라가 2연패에 혹은 3연패에 성공하느냐 정도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8강에 드는 나라를 점찍었을 때 웬만해서는 그 나라들이 대거 순위권 안에 들어간다는 점은 변화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총 10개의 브런치북을 선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너무 속 보이는 말인지 모르겠으나 제가 이미 응모한 브런치북이 그 10개 안에 들어갈 확률은 '1/814만 5061' 정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올해에도 특별상이라며 몇 십 개를 선정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기대하는 것은 로또 복권을 긁어놓고 당첨되길 기다리는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결 대로 가는 것'입니다. 누가 뭐라고 하든, 주변에서 어떤 일이 생기든 처음 마음먹은 대로, 또 제 리듬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됩니다. 그동안 제가 붙들고 있었던 저의 결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 것 역시 중요하겠습니다.


브런치북, 응모하신 여러 작가님들의 좋은 소식을 기원드립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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