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스물다섯 번째 글: 다도기와 다작이. 다음은 다상량이?
먼저 '다도기'는 '다독이'를 소리나는 대로 표기한 것인데, 네이버 블로그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카카오톡 글쓰기 오픈채팅방에서 사용합니다. 그리고, 아시다피시 '다작이'는 이곳 브런치스토리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도기'와 관련해서 사실 네이버 블로그에서 제 방에 들러주시는 분들은 별 언급이 없습니다만, 카카오톡 글쓰기 오픈채팅방에선 제가 회원들이 쓴 글을 읽고 이래저래 격려의 말과 응원의 댓글을 잘 남긴다고 하면서, 제가 사람을 잘 '다독이'는 성향을 가졌기에 '다도기'답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같은 말이라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혼자 흐뭇해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다도기'라는 이 필명은,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시간만 나면 언제든 책을 읽는다고 해서 붙인 이름입니다. 한때 책을 무지하게 탐내며 읽던 시기에 '1000권 읽기 프로젝트'를 도전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집에서 학교로, 학교에서 집으로 오고 가면서, 대중교통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출퇴근하면서 책을 손에 달고 살았던 때였습니다. 목표한 1000권을 다 읽는 데에 대략 8년 1개월 정도 걸렸던 기억이 납니다. 제 입으로 이런 말 해서 좀 뭣하긴 합니다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대단한 성취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참 우스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전 정말이지 그렇게 책을 읽고 나면 상당히 유식해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글을 쓰든 유식해진 저의 글도 한 차례 업그레이드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건 아니었습니다. 막상 실컷 해 보고 난 뒤의 느낌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의 무지가 드러나는구나!
책을 많이 읽는다고 어딜 가서 전혀 자랑할 것은 못 되겠구나!
그 이후로 지금도 책은 자주 읽습니다만, 그때처럼 그렇게 치열하게 읽지는 않습니다. 그때의 그 경험이 저에게 '책이란 건 몇 권을 읽느냐 하는 것이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라고 하는 지극히 단순한 사실을 확실히 각인시켰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제가 가진 필명은 '다작이'입니다. 저의 글쓰기 원칙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가장 큰 두 가지를 꼽으라면 아마 이것이 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이것저것 생각할 틈 있으면 닥치고 글이나 써라!
오늘 아침에 글을 쓴 자, 그 자가 바로 작가다!
당연히 이런 생각을 갖고 있으니, 저에게는 가야 할 확실한 방향이 생긴 셈입니다. 자리에 앉으면 글을 씁니다. 걸어 다니다가도 손이 자유롭거나, 공간이 조금이라도 허락된다면 어딘가에 기대어서라도 글을 씁니다. 그것이 어떤 형태의 글이라도 상관없습니다. 물론 작품성이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런 건 애초에 따질 생각이 없습니다. 그걸 따지고 있으면 적어도 저는 단 한 편의 글도 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쓰다 보니 이젠 제법 제 필명인 '다작이'에 어울리는 짓(?)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모든 것은 이름 대로 간다더니 그렇게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필명을 '다작이'라고 지은 건 어쩌면 저에겐 신의 한 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네, 맞습니다. 제가 지었지만 필명 하나는 멋지게 지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득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글을 잘 쓰려면 다독하고, 다작하고, 다상량해야 한다고 했으니, 그렇다면 다음의 필명은 '다상량이'라고 지어야 하나, 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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