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월요일
백 스물여섯 번째 글: 잘 때는 조용히 자자.
아침이 밝으면 하루가 시작됩니다. 잠들어 있던 모든 게 그제야 기지개를 켜고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는 저를 맞이합니다. 아, 물론 사람마다 그 시작점은 다를 것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새벽 3시쯤부터 아침이 시작되는가 하면, 밤 사이 철야 근무를 하고 귀가한 이에게는 한잠 자고 일어나야 하루가 열리는 것이겠습니다.
어제 오디오북을 틀어놓고 12시 30분에 자리에 누웠습니다. 그 길로 완벽히 잠에 든 줄 알았는데 2시 20분에 눈이 떠졌습니다. 듣던 단편소설 오디오북이 종료가 된 것입니다. 슬슬 불길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원래 그러면 안 된다는 걸 깜빡 잊은 모양입니다. 잠이 안 올 때 노랫말을 아는 노래를 틀어놓으면 흥얼거리며 따라 부르게 되어 있듯, 너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틀어놓으면 그 스토리에 빠져 다음 부분을 자꾸 듣게 된다는 걸 간과한 것입니다. 그냥 얻어걸리는 대로 다음 오디오북을 눌렀습니다. 그런데 무려 1시간 반 정도를 그렇게 누워 있는 상태로 듣고 만 것입니다.
모름지기 이야기는 그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냐며 탄복을 하며 들었습니다. 이런 장면에선 이런 표현법을 쓰고, 저런 순간엔 저렇게 표현하면 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어젯밤에 들은 이야기는 특히 더 재미있었습니다. 최근에 제가 들은 오디오북 중에선 단연 최고였습니다. 이야기 자체로는 그다지 특이할 게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은퇴한 노부부의 일상을 그린 이야기였는데, 어쩌면 그렇게 맛깔나게 이야기를 썼을까 싶을 정도로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혼자 그 야심한 밤에 누워 이야기를 들으며 감탄을 연발하다가 웃다가 더러는 안타까움에 마음까지 졸이며 듣고 있었으니 만약 옆에서 누군가가 제 모습을 봤다면 자다가 뮌 짓이냐고 타박할 만했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저희 부부는 벌써 15년 전부터 각방을 써왔습니다. 뭐 자는 온도가 서로 안 맞아서 그리 해야 한다나요? 그렇게 말하면 수긍하고 따르는 수밖에 없습니다. 교실에서 아이들에겐 우리나라의 최상위법은 헌법이라고 가르치지만, 저에게 있어서의 최상위법은 아내가 정한 법이기 때문입니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4시가 다 된 시각이었습니다. 그 짧은 틈을 타 잠시 고민했습니다. 억지로 잠을 청하기보단 그냥 일어나야 할 것 같았습니다. 일어나서 글이나 쓸까, 어떻게 할까 한창 고민하던 사이 다행스럽게도 다시 잠이 든 모양입니다.
그런데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습니다. 잠깐 눈을 붙였다고 생각했는데 일어나 보니 6시 10분이었습니다. 자그마치 평소보다 30분이나 더 자고 만 것입니다. 거의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야 했습니다. 6시 33분에 출발하는 지하철을 놓치면 지각하게 되니까요. 33분 정시에, 지하철에 몸을 실었습니다. 무탈하게 왜관으로 가는 기차도 탔고요. 기차에 오르니 그제야 안도의 한숨이 나옵니다.
어쨌건 간에 다시 월요일이 되었습니다. 이미 월요일이 시작되었다는 건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차례차례 보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고 나면 다시 또 주말을 맞이합니다. 특별할 게 없을 그저 뻔하디 뻔한 또 한 번의 월요일입니다. 이왕 시작했으니 오늘 하루도 힘차게 출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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