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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Oct 24. 2023

입대하던 날

백 스물여덟 번째 글: 입대의 기억? 떠나간 여인의 추억?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마음이 싱숭생숭해지곤 합니다. 이럴 때마다 아내는 무슨 일이냐고, 왜 매년 10월 24일만 되면 사람이 좀 이상해지는 것 같냐고 하며 묻곤 합니다. '뭐, 그냥'하며 눙치고 말지만, 저는 왜 그런지 명확하게 그 이유를 알고 있습니다. 다만 미주알고주알 설명하기가 머쓱해서 그러는 것뿐입니다.

29년 전 오늘은 입대하던 날이었습니다. 특별히 올해는 감회가 더 남다른 것 같습니다. 이제 한 달 남짓 후면 아들놈이 입대를 하기 때문이겠습니다.

'아장거릴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언제 저만큼 컸지?'

아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런 게 부모의 당연한 마음이라면 돌아가신  부모님도 를 보며 똑같은 생각을 했지 않았을까요?


대한민국 남자 중에 입대를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그게 불가능한 시대라고 해도 돈이나 빽을 써서 빠질 수만 있다면 빠지고 싶은 게 군대입니다. 왜 억울한 생각이 들지 않겠습니까? 한창 좋은 시절에 군대에 가서 그 피 같은 시간을 썩어야 하는데, 이를 누가 반길까요?

가끔씩 입대를 앞두고 걱정에 빠진 아들을 보며 위로의 말을 건네곤 합니다.

"아빠는 26개월, 네 할아버지는 36개월이나 했다. 요즘 복무 기간이 얼마나 되냐?"

제대한 지 30년 가까이 되니 기억할 리 없습니다. 아들은 떨떠름한 얼굴로 18개월이라고 대답합니다.

"야! 꿀이네."

자기는 이만저만 걱정이 아닌데 아빠라는 사람이 별것 아니라는 투로 말하니 얄미웠을 것입니다.


물론 도 그건 압니다. 과거엔 36개월인데 지금은 18개월이라, 입대에 대한 부담감도 그때와 비교해 절반으로 줄어든 건 아니라는 걸 말입니다. 어차피 그 부담감은 각자의 몫입니다. 기간이 예전보다 짧아졌느니, 요즘은 군대에서도 휴대폰 쓰게 해 준다더라,라고 해 봤자 귀에 들어올 리 없습니다. 누가 무슨 말로 위로를 하든 기분이 나아질 리가 없다는 겁니다. 그냥 한마디로 가기 싫은 겁니다. 그나마 나은 건 아들에게 여자친구가 없다는 것, 아들 녀석에게만 살짝 귀띔해 줬습니다. 애인이 있었는데  6개월 만에 고무신 거꾸로 신었다고, 그러니 넌 다행인 줄 알라고 말입니다. 너만 알고 있으랬더니 어느새 아내가 한마디 툭 던집니다.

"세월이 얼만데 아직도 못 잊은 거 아냐?"

한사코 아니라고 했지만 그러고 보니 가끔 생각이 나곤 합니다. 입대하는 날, 기어이 훈련소까지 따라와 눈이 싯뻘개지도록 울었던 그녀. 오죽하면 친구들 사이엔 그런 속설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부대에 들여보내며 눈물바람을 일으키면 100% 도망간다고 말입니다. 마치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시쳇말로 쿨하게 보내 준 딱 두 사람만 끝까지 기다렸습니다. 울고 불고 했던 사람들은 아무도 기다려 주지 않더군요.


군 입대의 기억 탓인지 도망간 그녀에 대한 추억 탓인지 아무튼 오늘만 되면 마음은 심란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이 녀석은 지금쯤 어떤 마음일까요? 무슨 말로 위로를 해야 기분이 나아질까요?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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