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서른여덟 번째 글: 더럽게 비싸네!
얼마 전 한 지인이 그런 말을 했습니다. 커피 전문 매장에도 흔히 말하는 등급이 있는데, 스타벅스는 1급, 투썸 플레이스는 2급, 파스쿠찌는 3급이고 그 나머지는 다 4급이다,라고 말입니다. 그분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이런 말을 갑자기 꺼내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전 메뉴가 죄다 너무 비싸기 때문입니다. 가끔씩 실컷 계산을 하고 자리에 돌아와 혼잣말을 내뱉기도 합니다.
'와 이리 비싸노?'
물론 누가 함께 있을 때에는 그런 말도 쉽게 내뱉을 수 없습니다. 모양새가 빠지기 때문입니다. 입 꾹 다물고 그냥 주문해야 합니다. 시쳇말로 더러우면 안 오면 그만이지만, 그것 역시 쉽지 않습니다. 심지어 아무도 없는 집안보다는 이런 커피 전문 매장이 글을 쓰기 더 편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곳에 오면 글만 쓰는 게 아니라 그 외에도 다양한 일들이 가능하기 때문에 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오고 가는 사람들의 일면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관찰한 결과가 지금 쓰는 글 속에 들어가기도 하지만, 깊은 인상을 주는 몇몇 손님들에게선 새로운 글의 소재를 얻기도 합니다. 게다가 무차별적으로 들려오는 음악을 듣는 즐거움(?)도 한몫합니다. 아마 이런 부수적인 행동 역시 글 쓰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조금 전에 매장의 등급을 말하던 그분의 말에 따르면 이 매장은 4등급쯤에 해당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음료의 가격이 스타벅스나 파스쿠찌와 비교해서 그다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지독한 구두쇠에, 어떤 용도로 돈을 쓰든 늘 감가상각을 따지는 저희 아들(21살)은 종종 커피 전문 매장에 글 쓰러 간다며 나서는 저를 보고 늘 한 마디씩 합니다. 노트북을 가방에 챙기거나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여는 제 뒤통수에 대고 혼잣말처럼 말하곤 합니다.
'그 돈이면 ***도 할 수 있는데…….'
지 엄마보다도 더 지독한 녀석의 경제관념 때문에 간혹 저는 난감해지곤 합니다. 집을 나설 때마다 몇 마디씩은 싫은 소리를 들어야 하니까요. 어쨌건 간에 그런 생각을 갖고 있으니 앞으로도 돈은 함부로 쓰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긴 합니다만, 커피 전문 매장에서 글을 쓰면 얼마나 잘 써지는지는 모르더군요. 매장에서 글을 쓰지 않는 녀석에게, 심지어 글이라고는 쓰지 않는 녀석에게 사실 저의 말은 별로 설득력이 없는 것입니다.
비싸다고, 비싸다고 하면서도 아무 생각 없이 시켜 마시는 저도 문제는 있는 것 같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