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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Oct 29. 2023

여행의 묘미?

백 마흔세 번째 글: 이런 느낌 때문일까?

어제 큰 마음먹고 양산 통도사를 다녀왔습니다. 사람이라면 무릇 시간이 날 때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겠지만, 저는 성격상 어디로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일단 오고 가며 내다 버리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먼저 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기에서 '내다 버린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제가 여행의 참 묘미를 몰라서 그런 생각을 하는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마음은 그렇습니다. 여행 갈 일이 생긴다면 반드시 그 자리는 제가 가야 할 자리가 아니라면 '굳이? 왜?' 하는 의문부터 드는 게 사실이긴 합니다.


그래서 제가 어제 통도사에 갔다 온 걸 두고 기꺼이 '큰 마음을 먹었다'라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사실 누군가가 제 얘기를 듣는다면 웃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남들은 거창하게 해외여행을 다닌다며 몇 날 며칠을 시간을 쓰기도 하는데, 당일치기 여행으로 그것도 국내 여행 하루를 두고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게 아니냐고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쨌거나 그들은 그들이고 저는 저입니다. 모든 사람이 해외여행을 간다고 저까지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여행 관련 유튜버나 여행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뭐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여행의 가장 중요한 점은 목적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목적지가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되는 경우는 그곳에 가야만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때뿐일 것입니다. 여행이라는 것 자체가 흔히 말하는 '힐링'의 일환이라면 어딜 가든 쉴 수 있으면 되는 것이지 꼭 어딘가로 가야만 하는 이유는 없기 때문입니다. 꼭 해외로 가야 더 힐링이 된다거나 반드시 지금까지 가 보지 않은 곳을 골라서 가야만 힐링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요? 누군가가 만약 저에게 묻는다면 '누구와 함께 가느냐'라는 것입니다. 그냥 쉽게 생각해서 자기와 성향이 비슷하거나 기호도도 맞는 사람과 같이 가는 것이 더 좋을 것입니다. 그래서 대체로 가족과의 여행을 선호하는 편이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에서 조금 더 솔직해지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여행은 누구와 함께 가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말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여행은 혼자 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제 그래서 혼자 다녀왔습니다. 거리도 그리 멀지 않고, 벌써 두 번이나 다녀온 곳이긴 하지만, 세 번째로 양산 통도사를 다녀왔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제 말이 적용되기를 바라는 그런 터무니없는 욕심은 바라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 제가 말하는 것들이 일견 타당성이 있다는 사실을 어제 몸소 체험하고 돌아왔습니다. 국내 여행으로도 적어도 저는 충분히 힐링이 가능했고, 꼭 못 가본 곳이 아니더라도 좋았으며, 역시 혼자 가는 여행-물론 같이 갈 마땅한 사람이 없을 때-이 가장 좋다는 것을 증명했다고나 할까요?


'아, 또 가고 싶다!'

오늘 자고 일어나 밥을 먹고 있는데, 밑도 끝도 없이 생각 하나가 불쑥 머리를 밀고 올라오더군요. 이런 느낌 때문일까요? 아내도 며칠 전 2박 3일 일본 여행을 혼자 다녀오더니 입버릇처럼 그런 말을 하곤 합니다.

'아, 또 가고 싶다!'

몇 주에는 어디로 또 혼자만의 멋진 여행을 갈지 생각해 놔야겠습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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