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숲오 eSOOPo Oct 28. 2023

의미의 존재

0503

의미냐 무의미냐는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요즘 들어 '존재의 의미'보다는 '의미의 존재'에 집중하게 된다.

어떤 상황이나 관계에 있어서의 의미는 사물이나 동물에 부여하는 그것보다 가볍거나 가볍지 않아 보인다.


의미는 나타나는 것이다.

나타남은 표현으로 이어진다.

나타나는 것은 드러나는 것이기도 하다.

감추어진 것인 줄 알았던 것의 베일이 벗겨지는 것일 수도 있다.

의미는 나타나 있는 것이다.

나타나 있음은 들러붙어 있음이다.

의미는 나타남과 나타나 있음의 중간의 어딘가에 있다.

나타남은 0이고 나타나 있음은 1이다.

의미를 찾는 것은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기존 의미를 떼어내는 것이다.

의미를 찾는 것은 의미에 수렴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무의미로 발산한다.


객관적으로 가장 의미가 있는 상황에서 불현듯 이렇게 외치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의미 없다!


의미 없음은 본디 의미를 가지지 않음인가.

그렇지 않은 듯하다.

의미는 스위치처럼 단순하다.

온 오프의 까딱거림에서 자리를 확보한다.

스위치 앞에 있는 자에게만 형광등이 의미 있게 존재한다.

형광등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지려면 기능으로 변명해야 한다.

어떤 상황이 의미 없게 느껴지는 것은 상황이 가지는 기능을 제거하거나 기능을 포착하지 않으려는 의지 때문이다.

의미는 감각의 영역이어서 느끼지 않으려 애쓰면 사라지고 만다.

의미는 촉각의 영역이어서 감지하려고 노력해야 드러나게 된다.

의미는 포인트를 가지는 것이고 무의미는 포인트를 지우는 것이다.


요 며칠간 내가 어쩔 수 없는 상황들에다 불필요한 기능들을 달아주었던 것 같다.

작동되지 않을 스위치를 무수히 달고 있었다.

그것은 겉으로는 의미로 보였으나 실질적으로 무의미로 존재했다.


의미하는 것들은 상징하는 것들로 재현되는 것이니 예민해진 감각을 차단하면 무의미로 돌아선다.

 

매거진의 이전글 통도사 후기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