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의 고갈
백 쉰세 번째 글: 마르지 않는 샘물?
슬슬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글쓰기 소재 얘기입니다. 6월에 이곳에 와 대략 500여 편을 쓰는 동안 글쓰기 소재를 선정하는 데 있어서 그다지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습니다. 가만히 있다가도 스마트폰만 펼치면 글 쓸 거리가 떠올랐고, 제게는 또 5분 내에 소재를 찾는다는 나름의 행동 수칙이 있기도 합니다. 게다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을 있는 그대로 쓰기'라는 저 나름의 비책(?)도 있어서 비교적 수월하게 글을 써왔습니다.
그런 제가 요즘 글의 소재를 찾는 데에 약간의 시간을 더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는 5분이라는 이 시간을 넘겨보진 않았지만, 점점 5분에 가까워지고 있는 걸 보면 어지간히 쓸 만한 것들은 다 끌어다 쓴 게 아닐까 싶습니다. 바야흐로 글쓰기 소재의 가뭄 사태가 오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뭄이 일어난다고 해서 땅을 놀려 둘 수는 없습니다. 시력이 건재하고 손가락을 움직이는 데에 별 탈이 없다면 우린 계속 써야 합니다. 아니, 저는 계속 쓸 것입니다.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펑펑, 하고 솟아나더니 이젠 좀 잔잔해진 느낌입니다. 사실이 그렇다고 해도 별달리 도리가 없습니다. 글을 쓴다면 가장 먼저 맞닥뜨리게 될 첫 관문을 어떻게든 이겨내야 하니까요. 여기에서 넘어지면 방법이 없습니다. 소재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글을 쓴다는 생각은 접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한 편의 글을 완성해야 합니다. 물론 글 한 편을 완성하는 것이 글쓰기의 최종 목적지는 아닙니다. 다만 한 편의 글이 있어야 그것들이 모여 작품이 되는 것입니다.
결과만 놓고 보자면 어쨌거나 이렇게 또 한 편의 글이 완성되었습니다. 누군가는 이게 무슨 글이냐고 할 수도 있고, 저 또한 횡설수설하고 있는 이 글이 마음에 영 안 차지만, 그래도 이 생각만큼은 변함이 없습니다.
안 쓰는 것보다는, 못 쓰는 것보다는 뭐라도 쓰는 게 낫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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