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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Nov 09. 2023

대화의 의미

백 예순다섯 번째 글: 여러분은 대화상대자가 있는지요?

디지털이 대세가 아니던 시대엔 대화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꽤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생활 속에서 생긴 궁금증을 해결할 뿐만 아니라 마주 보고 있는 사람과의 정서적 교감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행위였습니다. 또 중요한 정보를 교환하는 데에도 대화는 훌륭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대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서로 마주하여 이야기를 주고받음


대화의 사전적 정의입니다. 여기에서 두 가지 사항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마주한다는 것'과 '주고받는다는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최소한 이 두 가지는 혼자서 할 수 없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일단 '마주한다는 것'은 제가 지금 누군가를 보고 있다면 그 사람 역시 저를 보고 있어야 한다는 걸 전제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주고받는다는 것' 역시 주면 받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때 제가 주는 사람이냐 받는 사람이냐 하는 것은 조금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혼자서는 주고받을 수 없다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자, 그런데 요즘 어떤가요? 여러분의 대화는 잘 이루어지고 있나요? 지금은 혼밥, 혼술이 대세인 시대입니다. 살다 보면 서로 시간을 맞추기 힘들고 또 선호하는 취향이 달라 혼자서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게 더 편한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모습이 주가 되어선 곤란합니다. 세상은 혼자서 살아가는 공간이 아닌데도, 이젠 혼자서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데 더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마치 수많은 테이블이 마련된 대형 식당에서 자리마다 한 사람씩 앉아 벽만 쳐다보고 식사를 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대화가 이루어지려면 누군가가 동석해야 하고 다른 사람과 합석을 해야 하는데, 시대 자체가 이것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웬만한 식당마다 혼밥족을 위한 별도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필요한 경우 외에는 모두가 침묵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딱 필요한 몇 마디 외에는 그 어떤 말도 필요하지 않은 세상입니다. 게다가 누군가가 대화를 하려고 시도해도 상대방이 그것을 원하지 않을 때가 적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회의를 통해 대화의 장을 마련합니다. 회의를 소집하는 관리자들은 대화라고 간주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이런 상황을 두고 대화를 한다는 인식을 하지 않습니다. 엄밀히 말했을 때 이것은 대화이기보다는 일방적인 전달에 더 가까운 행위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이건 대화가 아니라 오히려 독백에 더 가깝습니다.


대화는 두 사람 이상이 서로 마주 보고 이야기를 주고받는 상황입니다. 가장 최근에 대화를 나눠본 게 언제였을까요? 입은 말하라고 있는 신체 기관입니다. 아무리 AI가 1인 가구의 적적함을 달래주는 획기적인 발명품이라고 해도 사람의 자리를 대신할 순 없습니다. 활발하고 원활하게 대화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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