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작이 Nov 15. 2023

나의 양면성

백 일흔 번째 글: 저는 야누스적인 인간일까요?

섬세하다. 기본적으로 매너가 좋고 사람을 편하게 대할 줄 안다. 생긴 것과 다르게 낭만적이다. 꼼꼼하다. 공감을 잘한다. 유머러스하다. 사람들과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누구와 대화해도 주눅 들지 않는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처음 보는 누구와도 격의 없이 지낼 수 있다.


이쯤 쓰고 보니 저란 사람, 꽤 괜찮아 보입니다만, 위에 적은 내용들은 학부모님들이 저를 바라본 종합적인 평을 나열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얘기를 꺼내면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제 아내입니다.


빈틈이 많다. 사람이 무례하고 함께 있는 사람이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생긴 것처럼 무뚝뚝하다. 꼼꼼하지 못하다. 공감 능력이 제로다. 사람이 재미가 없다. 사람들과 얘기하는 것을 싫어하고 어떤 사람과 대화해도 기가 눌려 있다. 사람들과 전혀 못 어울리고 처음 보는 사람은 물론 그 어느 누구와 어울려도 벽을 쌓는다.


22년 동안 같이 살면서 저라는 한 인간에 대해 내린 아내의 결론입니다. 만약 위의 특징들을 열거하면서 이런 사람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누군가가 제게 묻는다면 형편없는 인간이라고 단정을 지을 정도입니다. 시쳇말로 '극혐'까지는 아니더라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영 아닙니다. 문득 궁금증이 듭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말입니다. 과연 저는 야누스적인 양면성을 지닌 인간일까요?


사람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느 정도는 양면성을 지닌 사람으로 행동하곤 합니다. 일단 직장에선 늘 긴장감을 갖게 마련이지만, 집에서는 풀어질 대로 풀어진 모습으로 지내게 됩니다. 거의 절대다수의 남편들은 밖에서는 싹싹하고 유머러스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집에선 누구보다도 무뚝뚝하고 미라곤 없는 사람이 되고 맙니다. 마찬가지로 아내들은 다른 남자들에게는 애교도 있고 다정다감한 성격을 보이지만, 유독 남편에게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정상적인 모습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렇게 손바닥을 뒤집듯 사람의 성격이 극과 극을 오가는 일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당장 저만 봐도 그렇고, 그런 점에선 제 아내 역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입니다. 나름 생각해 본 결론은 친한 사람, 그중에서도 가족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원래 친하면 친할수록 더 깍듯하고 열과 성을 다해야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사람은 늘 한결같아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한결같다는 것은 시간이나 장소와는 관계없이 똑같은 모습을 보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유가 어찌 되었건 간에 최소한 이 부분만큼은 제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 아니겠나 싶습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매거진의 이전글 미장원 명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