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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Nov 15. 2023

거절의 각도

0521

거절이 수락보다 어려운 건 당연하다.

새삼스레 거절의 마음상태를 진지하게 이야기하자는 건 아니다.

'응'보다 '아니'라고 대답하는 것이 말의 길이가 더 길다.

언어의 경제성 측면에서 짧은 답변이 수월하다.

비언어로 수락할 경우에는 고개를 위에서 아래로 세로획만 그으면 된다.

반면에 거절할 경우에는 고개를 우선 왼쪽으로 가져간 후 오른쪽으로 돌려야 한다.

더 강한 거절에는 여러 차례 가로획을 그어야 한다.

수락 시보다 거절 시에 목의 움직임이 더 크다.

수락은 알파벳 I 자로 거절은 알파벳 Z 자로 움직인다.

수락도 반복 시에는 알파벳 W 자에 가까워지지만 시선의 이동은 고정이 되기에 거절보다 상대적으로 수고롭거나 어지럽지 않다.

육체가 더 시달린다. 거절을 몸으로 표현하면.


아뇨... 그래요... 네... 아니라니까요!


거절은 수락보다 번거로운 건 당연하다.

수락에는 이유를 묻지 않지만 거절에는 변명을 요구당한다.

수락의 각도는 예각이고 거절의 각도는 둔각이다.

제안을 받을 경우 수락에 익숙하다.

거절의 버거운 각도는 애초부터 수락으로 이끌게 한다.

거절拒絶은 막고拒 끊는絶 것


막고 끊는 것은 단절이다.

차라리 이어가라承고 허락하는諾 편이 나은 경우가 많다.

순리는 자연스러운 흐름이고 승낙은 그것이 좋겠다는 조용한 제안이다.

거절만 잘 해도 참 용기있는 처신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거절을 잘 못 한다.

용기보다도 거절의 각도가 불편해서다.

몸의 각도도 부자연스럽고 관계의 각도도 어긋나 보기에 아름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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