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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Nov 20. 2023

저무는 한 해

백 일흔여섯 번째 글: 어느덧 6주 남았네요.

아직 이른 감은 있습니다만, 벌써 한 해가 이렇게 저물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작 6주 정도의 시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마다 우린 늘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시간 참 빨리 간다고, 세월이 유수 같다고 말입니다. 원래 식상한 말은 굳이 다시 한번 입에 올릴 만한 가치도 없는 것입니다.


왜 이렇게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걸까요? 아니면 시간은 늘 그랬듯 변함없이 똑같은 속도로 흐르는데 사람만 그렇게 느끼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시간을 보내면 정상적인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되는 것일까요?


하루 24시간, 한 달 30일 혹은 31일, 그리고 1년 365일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것입니다. 남녀노소, 빈자와 부자 등 그 어떤 조건에도 예외는 없습니다. 그렇게 보면 시간만큼 만인에게 공평한 것도 없다 싶습니다. 그런데 누군가는 시간의 흐름이 더디게 느껴지는 반면 또 다른 누군가에겐 빠르게 느껴집니다. 생각해 보면 저 같은 경우엔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벌써 생의 반환점을 돌았기 때문일까요?


삼십 대와 사십 대의 일 년, 그리고 오십 대의 일 년은 체감상 확연히 다르게 느껴집니다. 운동장 열 바퀴를 돈다고 가정했을 때, 첫 한 바퀴를 뛸 때와 마지막 한 바퀴를 남겨 놓았을 때의 마음가짐이나 생각은 달리 다가오기 마련입니다.


한 해가 다르게 그 해가 속절없이 흘러감을 느낍니다. 아닙니다. 시간은 분명 누구에게나 똑같이 흐를 테니, 속절없다고 느끼며 스스로를 자꾸만 몰아붙이곤 합니다. 꼭 눈 한 번 감았다가 뜨고 주위를 둘러보면 어느새 2023년의 마지막 날이 되어 있을 것 같은 예감마저 듭니다. 그런데 더 무서운 것은 내년 이맘때에도 저는 여전히 이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어쨌건 간에 2023년 한 해는 다 가고 말았습니다. 가는 한 해를 붙잡을 수는 없으니 이제 제가 해야 할 일은 차분히 복기해 보는 일뿐입니다. 어디에서 과연 악수를 두어 스스로를 위기로 몰아갔는지를 확인해야 할 때입니다. 남은 6주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더는 자충수를 두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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