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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Nov 20. 2023

걱정의 꿈치

0526

행사를 불과 일주일도 채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이제야 큐시트를 써내려 간다.

마감이 코 앞에 다가오자 몸이 자연스럽게 분주하다.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보다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이상하다.

시간이 많을 때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걱정만 부지런히 한다.

하면 될 텐데... 안 하고 그러고 있으면서 마음도 가만 두지 못한다.

걱정도 가불 한다.

미리 당겨서 하는 걱정이니 색동처럼 알록달록하다.

보이지 않는 걱정인형의 피부를 하도 만지작거려서 구멍이 날 지경이다.

걱정은 어떤 일이 잘못될까 불안해하며 속을 태우는 것이다.


걱정은 불안의 마음이다.

[걱쩡]이라고 발음하면 느낌은 똑 부러지는 듯 들린다.

걱정은 어쩌면 걱정의 대상을 붙들어 말뚝 박아 놓는 거지 무심히 방치하지만은 않겠다는 다짐 같아 보인다.

결국은 걱정의 대상에게 돌아와 일을 처리하는 쪽으로 기우니 말이다.

걱정은 마음을 많이 사용하는 것이라 수많은 마음들이 서로 부딪혀 마찰을 일으키고 열을 내다가 결국에는 속을 태우는 꼴이 된다.

걱정하는 마음은 떠나지 않고 주위를 맴돌며 머무른다.

걱정의 빈도와 밀도는 성향과 체질에 따라 사뭇 판이하니 나의 타고난 걱정 마니아 기질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걱쩡]을 다시 발음해 보니 걱정의 관절이 느껴진다.

그 부분은 팔과 발의 구부러진 부분처럼 '꿈치'가 된다.

꿈치는 늘 너저분해서 자주 돌보아야 코끼리 피부가 되지 않는다.

가끔씩 나의 걱정들은 딱딱하고 칙칙했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 누추한 부위에도 이름을 달아 놓은 것은 이것의 가치를 새삼 헤아리게 한다.

마냥 없애라는 것이 아니라 잘 관리하라는 의미일지도 모를 일이다.

걱정이 자꾸 일렁일 때마다 나는 이렇게 주문을 걸어 보리라.

꿈치! 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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