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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Nov 19. 2023

기나긴 찰나

0525

때로는 순간을 늘어지게 지내기도 하고

때로는 지속을 쏜살같이 보내기도 한다.


순간을 살면서 영원을 꿈꾼다
연속을 살면서 찰나를 놓친다


매일 글을 쓰다 보면 오직 현재만이 있는 듯 착각한다.

그래서 더디고 막막하다.

하루의 글쓰기가 하찮아지는 유혹이 수시로 밀려온다.

한참을 지나 지난 글들을 들쳐보면 길쭉한 순간들이 연쇄현상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작은 모래알들이 모여 모래성을 태산인 양 쌓아 올린듯하다.

하나의 퍼즐이 없었다면 성은 무너졌을 것이다.

돌아보니 아찔하다.

하루의 누락도 수락할 수 없는 절대적 이유다.

한 번의 나태도 용납할 수 없는 분명한 이치다.

오늘이 어제를 대신하지 못하고 내일이 오늘을 대체하지 못한다.

바로 오늘! 

내일이 아닌 오늘이 내게 주어진 건 오늘만의 글을 쓰기 위해서다.

오늘의 글은 결코 쓸 수 있는 날이 오늘 외에는 어느 날도 없다.

오늘의 호흡을 위해 내일의 공기를 끌어다 쓸 수 없듯이!

글은 펜이 아닌 시간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를 놓치면 지금의 글은 절대로 쓸 수 없다.

지금을 찰나가 아닌 영원으로 바꾸는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나는 아직까지는 글쓰기밖에는 찾지 못했다.

이보다 더 극적인 인간의 일을 본 적이 없다.

이를 미루고 더 위대한 일을 이룬 위인을 본 적이 없다.

모든 훌륭한 일들은 글쓰기 다음에 하는 곁가지의 일들로 여겨진다.

모든 성공을 귀띔하는 책들의 행간에는 글쓰기가 있다.

물론 성공을 위해 글을 쓰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결정적 실패로는 몰아가지 않을 것이다.


글을 쓰면 체험한다.

가장 기다란 찰나의 황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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