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가 겹쳐
백 일흔여덟 번째 글: 설마 독감은 아니겠지요?
어제 본교의 관현악단 정기 연주회가 끝나고 11시가 다 되어 집에 도착했을 때입니다. 불길한 징조가 슬슬 느껴졌습니다. 온몸이 갑자기 으슬으슬한가 싶더니 아래와 윗니가 서로 맞부딪쳐 소리를 낼 정도로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경우에 마땅한 방법은 없습니다. 따뜻한 음식으로 배를 채운 뒤에 최대한 실내를 따뜻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바깥의 찬 바람을 차단하고 피로가 몰려들 때 잠에 들어야 합니다.
늦게 귀가했으니 모든 스케줄이 뒤로 밀리는 건 당연합니다. 일단 잠들기 전 했던 다른 일은 다 그만뒀습니다. 일기만 쓰고 얼른 잠자리에 들어야 합니다. 특별한 처방을 기대하는 것보다는 최대한 숙면을 취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일기를 쓰고 인증샷을 올린 뒤에 누웠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불로 온몸을 최대한 휘감는 것뿐입니다. 그러고도 한참 동안이나 전신이 떨렸습니다. 불안감이 몰려왔습니다. 이러다 독감이라도 걸리는 게 아닐까 싶어서입니다.
전 예방주사 알레르기가 있습니다.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주사를 맞다 거부반응으로 죽을 수도 있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물론 그래서 코로나 백신도 못 맞았고 매년 사람들이 접종하는 독감 예방 주사도 맞을 수 없습니다. 젝 기억이 맞다면 그러고도 전 지금껏 단 한 번도 독감에 걸려본 적이 없습니다. 온 가족이 독감에 걸려 고생할 때에도 저만 쌩쌩하게 지내곤 했습니다.
그러던 제가 어젯밤 이상 증세를 느낀 것입니다. 어쩌면 이게 독감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온몸에서 보내는 신호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특히 저희 반 27명 중에 6명이 독감에 걸린 상태라 더 조심해야 합니다.
설마 이대로 독감에 걸리는 건 아니겠지요? 일단 자고 일어나 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아침이 되니 몸의 떨림은 사라졌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온몸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는데 그런 느낌은 없습니다. 아마도 피로가 급작스럽게 겹쳐 그랬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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