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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Nov 24. 2023

몸이 아파도

백 일흔아홉 번째 글: 하루 쉬는 게 참 쉽지 않네요.

아직까지 몸이 많이 안 좋습니다. 마음 같아선 하루 쉬고 싶은데 그것도 여의치 않습니다. 뭐, 제가 책임감이 강하다거나 사명감이 있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다만 담임을 맡고 있으면 어지간해서는 하루 쉬는 게 쉽지 않습니다.


하필이면 월요일에 아들놈이 군대를 간다고 해서 휴가를 내놓은 상태라 오늘은 더더욱 쉴 수는 없습니다. 직장에 다니시는 분들이라면 다들 한 번쯤은 경험해 보셨을 것 같은데, 그게 아무리 우리의 권리 어쩌고 저쩌고 해도 관리자들에게 전화해서 오늘 출근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는 그 자체가 싫을 뿐입니다.


어차피 아픈 건 본인이 아니면 이해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적지 않은 나이에 미주알고주알 설명하는 그 과정이 마치 뭔가를 변명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웬만큼 아파도 오늘처럼 몸을 끌고 출근길에 나서는 것입니다.


좋게 말하면 염치라고나 할까요, 아니면 단적으로 눈치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 얼마나 아프길래 출근을 못 하노?

- 진짜 아픈 거 맞나?

누군가가 아프다고 하루 병가를 낼 때 오며 가며 그런 말을 줄곧 들어온 저로선 더 쉬기가 싫은 상황입니다. 욕이 배 따고 들어가는 것도 아니니 눈 한 번 질끈 감고 쉬면 되지 않냐고 하지만, 앓느니 죽는다고 아파도 학교에 가서 웅크리고 있는 게 마음은 편합니다.


그나저나 오늘 하루를 또 어떻게 보낼지 걱정입니다. 지금 이 몸으로 퇴근 시간까지 버텨낼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참, 세상에 쉬운 일 하나 없습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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