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 달
백 여든세 번째 글: 12월 1일.
10월 31일의 다음 날은 12월 1일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잠깐 들었습니다. 그 많던 11월의 서른 개가 되는 날들은 죄다 어디로 간 것일까요? 분명히 11월 중에도 학교에 두 개의 큰 행사가 있었고, 어떻게든 무사히 치러낸 기억까지는 있는데, 11월을 살아냈다는 느낌은 희미합니다.
아무리 시간은 날아가는 화살과 같다지만, 이건 좀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어제는 무심코 일기를 뒤적거려 봤습니다. 버젓이 11월을 살아낸 흔적이 있더군요. 그런데 왜 제 기억 속에는 없는 것처럼 느껴질까요?
사실상 저에게 12월은 한 해의 농사를 마무리 짓는 달입니다. 이 짧은 한 달이라는 시간 내에 매듭을 지어야 할 일도 많고요. 어쩌면 여기저기에서 요구하는 일만 쳐내도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갈 판입니다. 거기에 제 나름의 반성과 다짐의 시간도 필요합니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브런치스토리에서 글을 쓴 지 2년 차에 접어듭니다. 사람이 매번 뭔가에 있어 발전을 기대하긴 어려워도 1년 차일 때와는 다른 점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꼭 그게 등단이나 책 출간 등과 같이 눈에 띄는 획기적인 일이 생기지 않더라도 근본적인 변화는 주어야 합니다. 구르지 않는 돌은 이끼가 끼기 마련이고, 정체된 물은 썩기 쉬우니까요.
2023년을 맞이하면서 어떤 일들을 계획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그것들 중에서 이룬 것들은 얼마나 되는지, 어떻게 해서 그럴 수 있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또 미처 달성하지 못한 것들은 무엇인지 돌아보고 왜 못하게 되었는지도 되돌아봐야 합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이 있듯, 올해에 계획했던 일이라고 해서 모두 내년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붙들고 있다고 해서 그 많은 미련들이 저에게 좋은 결과물을 가져다주는 건 아닙니다. 취할 것은 취하고, 버려야 할 것은 과감하게 내던져야 합니다. 어쩌면 이걸 얼마나 원활하게 해낼 수 있느냐에 따라 신년을 보다 더 의미 있게 맞이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번 달은 과연 또 얼마나 정신없이 흘러가게 될지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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