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뻗은 직선로의 끝을 바라보며 서 있습니다.
일이 분만 더 있으면
아마 이 길이 사람들로 꽉 들어찰 것입니다.
그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길게 느껴질 테고,
또 다른 어떤 이에게는 눈 깜빡할 시간이 될 겁니다.
글쎄요,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게
그다지 반갑지 않은 나로서는
이 짧은 시간도 지루하게 느껴집니다.
그 짧은 시간에 경주마가 무슨 레이스라도 펼치듯
셀 수 없이 많은 이들이 직선로에 발을 내딛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한 여자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녀는 내가 있는 쪽으로 걸어오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나를 만나기 위해 오는 건 아닙니다.
내 뒤에 서 있는 수많은 사람들 중의 누군가를 만나려는 것입니다.
눈을 크게 뜨고 직선로 끝을 주시합니다.
얼른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은 나는
내가 지금 만나야 할 한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수십 혹은 수백 명의 사람들이 나를 스쳐 지나가도
그들은 내게 의미가 없습니다.
머릿속에 각인되고 눈이 기억하는 단 한 사람,
나는 지금 상상 속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이 상상이 언젠가 내게 현실이 되어 줄까요?
먼 여행길에서 돌아오는 당신을 기다리며,
고생했다고 따뜻하게 손잡아주며,
환하게 당신을 맞이할 그런 날이 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