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세 달 전이었던 걸로 기억됩니다.
아주 작은 세 갈래 길을 난 걷고 있었습니다.
십오 미터만 더 가면 직선 길에 합류할 즈음,
한 대의 차가 멈추더니 차창이 내려갑니다.
누군가가 웃으며 내게 인사했습니다.
그런 곳에서 내게 알은 체할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지, 하며 의문을 품을 틈도 없이 난 당신의 환한 얼굴을 보았습니다.
정말 당신이 환하게 웃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기억에 의존하다 보니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그것이 중요하진 않습니다.
그날 이후로
당신 차의 색상과 차종, 그리고 차 번호가
내게 각인되어 있습니다.
그때부터 난 길을 걸을 때
차의 색상을 제일 먼저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생김새는 남자라도 보통 남자들처럼 차에 관심이 있는 성격이 아니니
차종은 식별이 가능한 거리까지 근접해야 알 수 있거든요.
색상이 같고 차종도 같은 차를 보게 되면 마지막은 차 번호입니다.
그렇게 눈여겨본 수백 수천 대의 차는 당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언젠가 당신이 내게
어떻게 차 번호를 알고 있느냐며 물었습니다.
나는 가장 손쉬운 답변을 말했습니다.
내게는 수에 대한 강박이 있다고 말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강박이 있어야 당신 차 번호를 외울 수 있는 건 아니지요.
지금도 내 눈엔 그 네 자리의 숫자가 또렷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