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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Dec 06. 2023

어떤 글이 잘 쓴 글일까요?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틈만 나면 글을 쓰게 됩니다. 언제든 어디에서든 시간이나 장소에 대해 구애받지도 않습니다. 무엇이든 떠오르는 대로 쓰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적지 않은 경우엔 별로 쓸 게 없는 상태에서도 다소 억지를 부려가며 글을 쓰기도 합니다. 특히 매일 규칙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글을 쓸 때나 혹은 다 써 놓고 우린 고민하게 됩니다. 술술 잘 읽히는 글인지, 잘 쓴 글인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이때 사실상 갈등 아닌 갈등 상황이 벌어집니다. 힘들여 썼으니 우선은 자신이 쓴 글이 잘 쓴 글이었으면 하지만, 아무래도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적어도 냉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심지어 같은 글을 읽어놓고도 누군가는 잘 썼다며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는가 하면 또 다른 누군가는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이에 대한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누군가가 속 시원하게 말해준다거나 잘 쓴 글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이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세상 그 어디에도 그런 기준은 없습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고 그들이 인정하는 기준은 없다는 뜻입니다. 똑같은 글을 읽은 서로 다른 두 사람의 평가가 엇갈리는 것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고, 글을 쓴 본인이 언제 어떤 상황에서 읽느냐에 따라 상이한 평을 내놓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글이 잘 쓴 글일까요?

가장 확실한 원칙이라면 잘 쓴 글은 잘 읽히는 글이라는 것이겠습니다. 잘 읽힌다는 것은 문법적인 오류가 없는 글을 뜻합니다. 사소하게는 띄어쓰기나 맞춤법 등에 오류가 없어야 하고, 문장으로 봤을 때에는 비문이 없어야 합니다. 특히 띄어쓰기나 맞춤법은 글쓰기의 기본 중의 기본이 됩니다. 이 간단한 사실을 간과한 글은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글쓰기의 기본을 망각한 글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에 비해 비문은 훨씬 더 심각한 문제가 됩니다. 어쩌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저조차도 자유로울 수 없겠지만, 글쓰기를 제대로 배우거나 익힌 사람들보다 인터넷이나 동영상 강좌 등을 통해 글쓰기를 단련해온 사람들이 더 많은 요즘과 같은 때라면 그 정도는 더욱 심해집니다.

다음으로 가장 1차적인 독자이자 비평가의 심사를 통과한 글이 잘 쓴 글이 됩니다. 여기에서의 1차 독자 혹은 비평가는 바로 글을 쓴 본인을 말합니다. 물론 글을 쓴 본인의 문학적인 소양이 낮아 이를 판별할 자질조차 되지 않을 수도 있으나, 어찌 되었건 간에 자신이 쓴 글을 가장 먼저 읽는 자신의 기준조차 만족시키지 못하는 글이라면 더 볼 게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가끔은 그 내부적인 지침이 너무 엄격해 또 다른 창작을 막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스스로를 사로잡을 수 없는 글은 글로서의 가치를 잀어버린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글을 주기적으로 쓰는 사람이라면 그 어느 누구라도 글을 잘 쓰고 싶어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이 글은 어떠냐고 묻는다면 마땅히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건 결국 아직까지는 글을 잘 썼느냐 혹은 못 썼느냐를 따질 단계가 아니라는 것이겠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 이만저만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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