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아흔아홉 번째 글: 세월이 참......
35년 전만 해도 삼십 분이면 족히 올라갔을 그곳에 거의 1시간은 훌쩍 넘게 걸려 전망대에 도착했습니다. 대구 시내 전경을 망원경으로 볼 수 있는 시설도 되어 있었고, 무엇보다도 키오스크로 자기 사진을 찍어서 메일에 송부할 수 있는 시스템도 있었습니다. 바람이 너무 불어 머리는 산발인 데다 춥기는 이루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콧물까지 날 것 같아 한 손으로 입과 코를 가리고 사진 촬영을 했습니다. 다행히 포즈를 잡기 전까지 5초의 여유가 있었습니다.
전망대에 올라 대구 시내 전경을 보니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사람이라고는 거의 보이지 않고 죄다 건물에 아파트뿐입니다. 간간이 오고 가는 자동차들은 그나마 손톱보다도 작게 보입니다. 그렇다면 자동차보다 몇 배는 작은 사람은 두말할 것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고작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 우리가 서로 잘 났다고 우겨대고, 별 것도 아닌 일에 의미를 부여하며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는 그런 모습이 너무 우습게 느껴졌습니다.
조금만 덜 추웠다면 느긋하게 시간을 갖고 이런저런 생각들도 하고, 영감이 닿는 대로 한 편의 글도 쓰고 싶었지만, 농담 조금 보태어 더 있다가는 얼어버릴 것 같아 서둘러 산을 내려와야 했습니다.
너무 오랜만에 올라간 산이었습니다. 하긴 한창때와 지금의 체력을 비교하는 건 무모해도 너무 무모한 일이 될 것입니다. 그래도 오늘은 아주 큰 수확이 있었습니다. 산 사진을 보냈던 그분에게 나름의 미션 달성 사진을 보냈습니다. 정말 좋았던 시간인 건 틀림이 없지만, 다음에 또 오게 될지는 확신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오늘밤은 몸살이 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진 출처: 작성이 본인이 직접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