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작이 Dec 18. 2023

날씨 호들갑

이백 한 번째 글: 오늘 좀 춥긴 춥네요.

며칠 전부터 오늘 아침 춥다는 예보가 있었습니다. 올 겨울 들어 가장 강력한 추위가 찾아들 거라고 했으니까요. 출근길 영하 10도 어쩌고 저쩌고 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동안 한 번도 꺼내 입지 않았던 파카를 꺼내어 입었습니다. 물론 아래위로 내복도 입었습니다. 옛말에 여름 신사는 떠 죽고, 겨울 신사는 얼어 죽는다고 했지만. 신사보다는 따뜻하게 다니는 걸 선호하는 저로선 이 겨울에 모양새를 따질 생각은 없습니다.


대중교통으로 통근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바깥 날씨에 고스란히 노출되기 때문입니다. 멋이나 부린답시고 까불거리다가는 내내 추위에 시달려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나름 빈틈없이 중무장을 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나서자마자 허공에 대고 한 번 외쳤습니다.

"어, 시원하다. 날씨 좋다."

그렇게 내뱉자마자 곧바로 후회했습니다. 네, 그랬습니다. 오늘은 시원한 게 아니라 확실히 추운 게 맞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문득 수치상의 온도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인식된다고 해도 체감 온도는 말 그대로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처럼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사람과 자가운전으로 이동하는 사람이 똑같은 추위를 느끼진 않을 것입니다. 하다못해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 따뜻한 국물이라도 마신 사람과 그냥 나온 사람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여기에서 생각해 볼 점이 있습니다. 체감온도는 저마다 다르다는 점이겠습니다.


인간의 감각이 느끼는 온도를 체감온도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감각보다는 오히려 감정으로 더 추위를 느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홀로 주머니에 손을 깊이 찔러 넣고 바삐 걸어가는 사람과 팔짱을 낀 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걸어가는 두 사람이 느끼는 추위의 정도가 다르다는 건 굳이 생각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막 새롭게 사랑을 시작한 사람과 얼마 전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사람이 똑같은 정도로 추위를 느낄 리 없다는 말입니다.


이런 날씨를 더 혹독하게 치르고 있을 누군가가 떠오릅니다. 독신, 사별, 졸혼, 그리고 이혼 등으로 혼자 이 겨울을 나야 할 사람들, 게다가 언젠가는 의 얘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모두가 따뜻하게 이 겨울을 났으면 하고 바랄 뿐입니다.


사진 출처:pixabay.com

매거진의 이전글 알코올 뒤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