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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Dec 24. 2023

크리스마스

이백 아홉 번째 글: 크리스마스가 뭐라고?

모든 사람이 뭔가에 열광할 때 혹시 거기에 빠져들지 않으면 잘못된 것일까요?

내일은 크리스마스입니다. 우리말로는 성탄절,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인 동시에 심지어 공휴일로 지정이 되어 있어, 자연스레 너나 할 것 없이 축제 분위기가 됩니다. 게다가 연말연시와 맞물려 있어 가는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과 다가오는 한 해를 맞는 기대감까지 증폭되어 거의 전국은 축제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에 사로잡힙니다.


어제 잠시 시내 중심지인 동성로에 들른 일이 있었습니다. 마치 대구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죄다 쏟아져 나온 듯 어딜 가나 인산인해였습니다. 일단 두드러지게 눈에 띈 현상은 거의 99.9%의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이었다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지나가는 혹은 주변을 서성이는 사람들은 모두 커플들이었다는 점입니다. 마치 짝을 이루어 다니지 않으면 비정상이라는 듯 눈에 띄는 사람들은 죄다 짝을 지어 다녔습니다. 아마도 눈까지 왔다면 그런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을지도 모릅니다. 시쳇말로 화이트 크리스마스입니다. 네, 맞습니다. 계절도 겨울인 데다 어찌 생각해 보면 '크리스마스'와 '흰 눈'이라는 건 이미지 자체도 잘 어울리는 한 쌍이긴 합니다.


누군가가 그런 말을 했습니다. 인생 별 것 있냐고, 때로는 기분에 살고 기분에 죽을 때도 있어야 하는 게 인생 아니냐고 말입니다. 그 생각에 절대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왜 저의 눈엔 '기분에 살고 기분에 죽을 때도 있어야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늘 '기분에 살고 기분에 죽고 싶은'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띄는 걸까요? 열심히 한 주를, 한 달을, 그렇게 모인 한 해를 살았으니 크리스마스 하루 정도는 즐겨도 되지 않느냐는 말을 할 수는 있지만, 여기에서 저는 좀 생뚱맞은 생각을 하곤 합니다. '내 삶의 중심'에 과연 '나'라는 사람이 굳건히 버티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세상을 그렇게 삐딱하게 보면서 살면 어떡하냐? 살다 보면 이런 재미도 저런 재미도 있는 거지."

제 얘기를 들은 친한 친구가 저에게 한 말입니다. 물론 그 친구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다만, 저는 팍팍한 일상 어쩌고 저쩌고 하는 핑계를 대며, 이런 식으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가며 몸과 마음을 던지며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걸 얘기하고 싶은 겁니다.  


어쨌거나 이 성탄절이 되니 좋은 점은 딱 하나 있습니다. 제가 사는 곳이 대구에서는 지리적으로 봤을 때 변두리에 있는 곳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죄다 시내로 몰려간 듯 한산하기 이를 데 없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제가 파스쿠찌에 들른 날 중에서 이렇게 사람이 없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조용하게, 아주 호젓하게 글을 쓸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건 더할 나위 없이 잘 된 일이긴 합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크리스마스이브군요. 아무튼 이렇게 또 이브의 밤이 무르익어 갑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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