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부산행 기차 안입니다.
이제 밀양역에 도착 중이니 딱 절반 온 셈입니다.
물론 나 혼자입니다.
시간도 이른 편인 데다 휴일이라 그런지
열차카페 칸에도 머릿수를 셀 만큼 사람들이 적습니다.
그러면 나는 이제 이런 상상을 해봅니다.
옆자리에, 아니면 내 맞은편 좌석에
당신이 앉아 있다고 말입니다.
맞은편에 있다면 얼굴을 바라보기 좋을 테고
옆에 앉았다면 얘기를 나누기 좋을 것입니다.
나로서는 어느 쪽이 되었든
생각만으로도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과연 내가 남은 삶에서
당신과 기차를 타고 어딘가로 함께 떠날 일이 있을까요?
옆이나 앞에 앉지 않더라도
심지어 다른 객차에 따로 떨어져 있더라도
같은 시간대의 기차를 타고
같은 목적지로 향하게 될 그런 날이 올까요?
무엇이든 꿈을 꾸면
반드시 이루어지는 법이라고 하지만,
정말 그런 날이 거짓말처럼 불현듯 내게도 찾아오긴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