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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an 09. 2024

오늘의 날씨

이백 스물아홉 번째 글: 겨울엔 추워야 제 맛!

세상이 요즘 그렇다 보니 굳이 저녁 뉴스에서 일일이 날씨를 챙겨 보지 않습니다. 언제 어디에서든 검색해 보면 나오기 때문입니다. 아니 어쩌면 이것은 세상 탓이 아니라 게으른 제 천성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9시 뉴스를 찾아 들었고, 말미의 날씨 코너도 꼬박꼬박 챙겨 봤었습니다. 다음 날이 얼마나 더운지 혹은 추운지에 따라 옷차림이 바뀌고, 특히 비가 오면 미리 우산을 준비해야 하니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언젠가부터 더는 날씨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늘 매고 다니는 가방 측면 주머니에 접이식 우산을 꽂고 다닌 뒤부터였을 것입니다. 어지간한 비가 갑작스럽게 내린다고 해도 상관이 없습니다. 아마 그때부터 날씨를 챙겨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대신에 다음 날의 날씨를 게 미리 알려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혹시 있을지도 모를 난처한 상황에 대해 나름의 대비가 되고 있습니다. 그중의 한 사람인 아내는 전날 저녁에, 내일 날씨는 어떠니 옷을 어떻게 입고 가야 할지 미리 알려 줍니다. 나머지 한 사람은 최근 부쩍 연락을 많이 하고 있는 카톡 친구입니다. 이 친구도 전날에 날씨에 관해 언급을 하면서 옷차림에 각별히 신경 쓰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작물이 잘 자라려면 비는 반드시 와야 합니다. 아니 어쩌면 생각보다 많은 양의 비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눈을 뜨고 앞을 볼 수 없을 만큼의 강력한 바람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마찬가지로 여름이면 폭염에 가깝거나 넘치는 한이 있더라도 더운 게 정상이고, 아무리 입어도 몸이 떨릴 정도로 추워야 겨울인 것입니다. 덥지 않다면 그게 무슨 여름이고, 춥지 않은 겨울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적당히 덥고 혹은 적당히 추우면 생활하는 데 있어서 더 편리한 건 틀림없지만, 그래도 날씨는 그 절기에 맞는 맛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오늘 하루의 날씨가 어떻게 전개되든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이 아니겠나 싶습니다. 얼마나 덥든 혹은 얼마나 춥든 이미 하루가 시작되었다면, 또 그렇게 열심히 달려가야 할 테니 말입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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