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의 말
이백 서른두 번째 글: 말은 사람을 기분 좋게 한다.
점심을 먹으러 나오는 길에 학부모님 두 분을 만났습니다. 두 분 중 한 분은 저희 반 남학생 어머님이신데, 체구가 작으신 데다 얼굴까지 작으셔서 도저히 그 또래 분으로는 보이지 않는 분입니다.
길건너편에서 인사하시던 그 어머님을 보고, 순간 학생인 줄 알았습니다. 녀석에게 누나가 있었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몇 초 후 자세히 보니 그 남자아이의 어머님이셨습니다. 그때 무심코 입 밖으로 한 마디 튀어나가 버렸습니다.
"아, 어머님! 누구신가 했습니다. 전 6학년 학생인 줄 알았습니다."
어머님은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씀을 하시냐는 듯 손사래를 치셨지만, 표정은 너무 밝았습니다. 고작 그 한 마디로 그 어머님은 저와의 그 잠깐의 마주침이 더 즐거웠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순간 제 머릿속을 스치고 가는 말이 있었습니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 갚는다."
그만큼 한 마디의 말이 지닌 무게감을 강조한 말이겠습니다. 쉽게 풀이하자면, 말만 잘하면 빚도 갚을 만큼의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뜻이겠습니다. 그런데 이걸 반대로 생각하자면 말 한마디 잘못하면 잘 되어가던 일도 망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요즘 같은 분위기라면 무심코 내뱉은 한 마디에 사람의 목숨도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별 것 아닌 한마디 말로 상대방의 기분이 좋아지는 걸 보면서 앞으로 가능하다면 말을 더 곱고 바르게, 또 예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막말로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닌 데다, 그렇다고 해서 상당히 번거로워진다거나 큰 수고를 들여야 가능한 일도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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