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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Jan 11. 2024

무심코 고독

0578

병원로비에 사람들이 너무 많다.

기차역에 사람들이 너무 많다.

카페에 사람들이 너무 많다.

길에 사람들이 너무 많다.


아픈 사람들도 너무 많고

떠나는 사람들도 너무 많고

차 마시는 사람들도 너무 많고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너무 많고


나는 본다 그들을

그저 바라본다 떨어져서

눈이 간다 단절되어 있으면서

막연한 연결을 꿈꾼다 다가가지 않은 채


아~

지르자

어~

되돌아온다.

메아리는 데칼코마니다.

왼쪽의 혀에서 만들어진 소리가 오른쪽 귀에 다시 돌아와 박힌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원리가 여기에 기인한다.


https://brunch.co.kr/@voice4u/271


앉을 겨를이 없는 사람과 일어날 기운이 없는 사람이 어정쩡한 자세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로 편하게 있으라고 권한다.

배려는 자기 영역의 리듬 안으로 들어오라는 우회적 권유일지도 모른다.

이기적인 예의들이 의외로 많다.

거리 위 사람들의 발자국만큼

찻잔 속의 카페인 함량만큼

역에서 울리는 안내멘트 횟수만큼

환자들의  손에 들려있는 알약만큼이나 무수하다.


손을 천천히 내밀고 입술을 달싹거리자 사람들이 사라진다.

그렇게 많았던 사람들은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멀리서 무수하더니 가까이서 희박해진다.


아...

모두

어디로 간 걸까.


https://brunch.co.kr/@voice4u/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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