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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Jan 12. 2024

복숭아 솜털

0579

Peach Fuzz


색채전문 기업인 팬톤 PANTONE이 선정한 올해의 색이다.


선정이유로 포스트 팬데믹과 전 세계 전쟁, 분쟁 속에서 따뜻함을 선사하고 지친 현대인들에게 편안함을 주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지난해 낙관주의와 강인함을 상징하는 비바 마젠타 Viva Magenta와 다소 대조적이다.


마치 한글활자로 쓰인 피치퍼즈는

Pitch Pause로 오독된다.


곤두박질치는 것을 멈추어라.

정점에서 잠시 숨 고르듯 멈추어라.

떠벌리기를 멈추고 귀 기울여보아라.


그 무엇도 상관없다.

복숭아 솜털 같은 포근함을 품은 색명에서 막연한 폭주를 경고하는 메시지가 들린다.


부드러움의 이면에는 날카로움이 도사리고 있다.


복숭아 솜털은 누군가에게는 엄마의 젖가슴 같은 포근함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알레르기로 호흡곤란과 목숨까지 위협할 수 있는 흉기가 된다.


부드러운 파스텔톤이라고 느끼는 이도 있겠지만 흐리멍덩한 빛바랜 색이라고 조롱하는 이도 있다.


유행이 되든 그들만의 축제이든 지속적으로 색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하나의 색을 선정하는 일은 흥미롭고 가치 있어 보인다.


아무튼 올해에는 한입 베어 문 복숭아를 청바지 뒷주머니에 꽂고만 다녀도 힙한 멋쟁이가 될 가능성이 높은 한 해가 될 것 같다.


https://brunch.co.kr/@voice4u/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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