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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Jan 13. 2024

계단 오르기

0580

운동의 패턴을 바꾸기로 했다.


나의 성향을 반영하고 불가피를 활용한다.


목표지향적이고 목적을 분명히 갖는 걸 선호한다.


구기운동을 좋아하고 대결하기를 즐긴다.


상황이 여의치 못한 요즘에는 맨몸 운동을 하는데 스텝퍼라든가 아령 들기가 규칙적이지 못해 운동효과가 미약하다.


편리와 편안을 버리기로 했다.


하루에 한 번씩은 집을 나서야 할 것이고 돌아오는 길은 반드시 계단을 통해 오기로 다짐한다.


내려갈 때는 엘리베이터로 올라올 때는 비상계단이다.


1층이나 19층이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다.

적당한 높이는 운동으로 충분한 층수다.


중간에 힘들다고 포기하면 노숙을 해야 하니 끝까지 완주하는 장점이 있다.


https://brunch.co.kr/@voice4u/154


목적지가 분명하고 일정한 거리를 이동하니 규칙적인 운동이 된다.


오로지 계단에만 집중하니 잡념이 사라진다.

특별한 요령 없이 중력만 이겨내면 된다.

마치 산을 오르는 정복의 환희도 느낄 수 있다.


시설에 비용을 지불하는 수고 없이 나의 의지에만 결속을 다짐받으면 끝이다.


24시간 사시사철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운동할 수 있다.


경쟁도 눈치도 대기도 필요 없다.


이 좋은 체육시설을 오랫동안 간과하고 멀리서 해결책을 찾았다.


오르다가 지겨우면 계단마다 산이름을 지어다 부를  것이다. 아니면 미운 이들의 이름을 가져다 붙이고 기어이 밟고 오를지도 모르겠다.


한 달은 힘들고 익숙하지 않아 흔들리겠지만 날이 거듭되면 발끝에 날개를 단 듯 사뿐히 날아올라 계단을 비상할 게 분명하다. (그래서 비상계단이라고 부르지 않는가. 쩝!)


결국에는 수많은 계단걸음들이 글감을 생산해서 허벅지에 차곡차곡 저장될 것이다.


나는 그것을 곶감 빼먹듯이 하나씩 뽑아 브런치에 활자로 늘어놓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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