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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Jan 14. 2024

그때로 돌아간다면......

002.

지금으로부터 8621일 전, 즉 2000년 6월 7일에 전 지금의 아내와 처음 만났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S닷 문구점'에서 말입니다. 무려 23년 전이라 기억은 가물가물합니다만, 그때의 이름은 '대구문구센터'였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매장의 크기에 변화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전체적인 규모도 줄어든 것처럼 보이긴 합니다.


아무튼 바로 저곳에서 저는 아내를 만났습니다. 지금은 중심지 외에도 이에 못지않을 만큼 각종 위락시설이 발달한 곳이 많지만, 그 당시에만 해도 동성로에 가지 않으면 누군가와 만날 만한 장소가 거의 없던 관계로 동성로에서 보자는 약속을 잡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중에 제 아내가 그런 말을 했습니다. 그 많은 곳을 두고 왜 하필이면 동성로에서도 외곽에 속하는 곳에 있는 그 문구점에서 보자는 말을 했냐고 말입니다. 그때 말은 학교에 쓸 문구류를 구입해야 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사실 전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곳을 무척 싫어했습니다. 그나마 사람들이 덜 몰리는 곳에서 보는 게 나을 것 같았습니다. 물론 만나고 나서는 결국 동성로 한가운데를 관통해야 하지만, 제가 그날 가자고 했던 레스토랑이나 커피숍이 모두 변두리에 있다는 건 아내도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지금은 폐점하고 없는 대구백화점 본점 입구에서 주로 약속을 많이 잡았습니다. 아니면 건너편에 있는 킹레코드(?)에서 많이 만나곤 했지요.


문득 도서관에서 지하철을 타기 위해 이동하는 중에 'S닷'을 보게 되었습니다. 오래전 그 옛날에 대한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더군요.


생각은 자유이니,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만약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그날 그렇게 꽃단장하고 나간 그 자리에 다시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아마도 어쩌면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걸 알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겠지만, 그때로 되돌아간다면 아마 어떤 핑계를 대고라도 그 자리에 나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것이 서로의 미래와 행복을 위한 길이니까요.


혹시 여러 작가님들은, 남편분 혹은 아내분 혹은 연인분과 처음으로 만난 곳이 어디인지 기억하시는지요? 만약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그래도 그 자리에 나가실 건가요?


사진 출처: 작성자 본인이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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