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 마흔한 번째 글: 넘친다고 해서 좋은 건 아니더군요.
확실히 시간이 많다고 해서 그 많은 시간을 알차게 보낸다는 보장은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행동방식도 다른 데다 취향도 다르다 보니 시간을 대하는 태도 또한 다른 것이 당연한 것이겠습니다. 그런데 분명 저는 시간이 많다고 해서 그 많은 시간들을, 시간이 없을 때와 비교했을 때 더 알차게 보내고 있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지금 저는 겨울방학 기간 중에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저런 일들이 있어 저는 방학 중 1/3 정도 학교에 출근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아이들이 학교에 오지 않으니 비교적 자유로운 건 사실입니다. 일을 할 때에는 바짝 당겨서 하더라도 중간중간에 여유로운 시간 또한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최근에 그 여유로운 시간에 과연 제가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 곰곰이 살펴본 적이 있었습니다.
출퇴근 시간에 드는 4시간 반 남짓한 시간 동안 글쓰기를 하는 건 변함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밖이니까요. 그 말은 다른 사람들의 눈 때문에 그런다는 것이 아닙니다. 제 집이 아니니까 그렇게 행동하게 되더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학교에 출근하지 않는 날은 아무래도 조금 더 늦게 일어나고, 글을 쓴다고 노트북을 펼쳐놓고 몇 글자 적고는 또 딴짓을 하기 일쑤였습니다.
책 읽는 것도 그렇더군요. 방학 때보다 시간적인 여유가 더 없던 학기 중에 오히려 더 많이 읽게 되더군요. 더 열심히 읽었고, 더 집중해서 읽었거든요.
사실 방금 전에도 이런 저의 속성이 여실히 드러났었습니다. 이 글을 쓰다가 잠시 막혔습니다. 얼마 간 생각하다 무심코 뒤로 드러누워 버렸습니다. 드러눕자마자 저도 모르게 팔베개를 하게 되었습니다. 자, 그 상태에서 눈만 감으면 한두 시간은 훌쩍 지나가고 마는 것입니다.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게 사람이라지만, 저는 어쩌면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그런 속성이 조금 더 심한 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늘 하곤 합니다. 한 마디로 태생 자체가 게을러 빠졌다는 얘기입니다. 집에만 있으면 나태해지고 드러눕고 시간을 마냥 흘려 보내고 마는 스타일이니, 조금이라도 시간이 있으면 밖으로 싸돌아 다니게 된다고나 할까요?
그런 저의 속성을 잘 알고 있다 보니, 저는 조금이라도 틈이 생기면 제가 제 자신을 구석으로 몰아붙입니다. 하루에 2~3편 이상의 글을 쓰게 저를 몰아세우는 이유도 가만히 내버려 두면 단 한 편의 글도 쓰지 않을 걸 잘 알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넘친다고 해서, 예전보다 더 여유가 있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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