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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an 18. 2024

시간과 여유

이백 마흔한 번째 글: 넘친다고 해서 좋은 건 아니더군요.

확실히 시간이 많다고 해서 그 많은 시간을 알차게 보낸다는 보장은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행동방식도 다른 데다 취향도 다르다 보니 시간을 대하는 태도 또한 다른 것이 당연한 것이겠습니다. 그런데 분명 저는 시간이 많다고 해서 그 많은 시간들을, 시간이 없을 때와 비교했을 때 더 알차게 보내고 있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지금 저는 겨울방학 기간 중에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저런 일들이 있어 저는 방학 중 1/3 정도 학교에 출근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아이들이 학교에 오지 않으니 비교적 자유로운 건 사실입니다. 일을 할 때에는 바짝 당겨서 하더라도 중간중간에 여유로운 시간 또한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최근에 그 여유로운 시간에 과연 제가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 곰곰이 살펴본 적이 있었습니다.


출퇴근 시간에 드는 4시간 반 남짓한 시간 동안 글쓰기를 하는 건 변함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밖이니까요. 그 말은 다른 사람들의 눈 때문에 그런다는 것이 아닙니다. 제 집이 아니니까 그렇게 행동하게 되더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학교에 출근하지 않는 날은 아무래도 조금 더 늦게 일어나고, 글을 쓴다고 노트북을 펼쳐놓고 몇 글자 적고는 또 딴짓을 하기 일쑤였습니다.

읽는 것도 그렇더군요. 방학 때보다 시간적인 여유가 없던 학기 중에 오히려 많이 읽게 되더군요. 열심히 읽었고, 집중해서 읽었거든요.


사실 방금 전에도 이런 저의 속성이 여실히 드러났었습니다. 이 글을 쓰다가 잠시 막혔습니다. 얼마 생각하다 무심코 뒤로 드러누워 버렸습니다. 드러눕자마자 저도 모르게 팔베개를 하게 되었습니다. 자, 그 상태에서 눈만 감으면 한두 시간은 훌쩍 지나가고 마는 것입니다.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사람이라지만, 저는 어쩌면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그런 속성이 조금 심한 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마디로 태생 자체가 게을러 빠졌다는 얘기입니다. 집에만 있으면 나태해지고 드러눕고 시간을 마냥 흘려 보내고 마는 스타일이니, 조금이라도 시간이 있으면 밖으로 싸돌아 다니게 된다고나 할까요?


그런 저의 속성을 잘 알고 있다 보니, 저는 조금이라도 틈이 생기면 제가 제 자신을 구석으로 몰아붙입니다. 하루에 2~3편 이상의 글을 쓰게 저를 몰아세우는 이유도 가만히 내버려 두면 단 한 편의 글도 쓰지 않을 걸 잘 알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넘친다고 해서, 예전보다 더 여유가 있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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