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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an 18. 2024

피곤한 하루의 끝

053.

2024년 1월 18일 목요일, 흐림


노래를 잘 듣지 않지만 노래 부르는 건 좋아한다. 노래를 듣지 않는 이유는 명백하다. 쓸데없는 감상에 젖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다분히 이성적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어쩌면 어지간한 여자보다 더 감성적이다. 그러면서도 노래 부르는 건 좋아한다.


그러던 내가 오늘 우연히 노래를 하나 찾아 들었다. 패닉이 부른 '달팽이'. 집에 오는 길은 때론 너무 멀어. 나는 더욱더 지치곤 해. 갑자기 노랫말에 마음이 흔들린다. 30년 지기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배고팠는데 막상 식사를 하고 난 후의 나른한 포만감처럼 몸이 늘어진다.


지하철을 환승해서 1시간이나 가야 하는 길, 이럴 때면 늘 멀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먼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대체로 지금처럼 이렇게 글을 쓸 때라면 먼 것이 오히려 내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처럼 글을 쓰는 중간중간에도 쓸데없이 상념에 빠질 때면 원거리가 내겐 독이 된다.


피곤하다. 움직인 건 이 작은 몸인데 유독 발에 피로감이 느껴진다. 얼른 가서 족욕이나 하고 싶다. 편하게 변기 덮개 위에 앉아 식초를 섞은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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