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5.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습니다.
우산을 받쳐 들고 걷다 보니 여간 거추장스러운 게 아니더군요.
왜 사람의 손은 두 개밖에 없을까요?
그게 어쩌면 가장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모습일 테지만,
종종 이럴 때면 손이 네 개쯤 있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한 손에는 캔커피를 들고 또 다른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있습니다.
남은 두 손으로 당신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싶습니다.
세 번째 손으로는 휴대폰을 들고 있고,
마지막 남은 하나의 손으로 메시지를 쳐 넣으면 되니까요.
메시지를 보내지도 못한 채
어느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그리 많이 내리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발길이 닿는 곳마다 비가 발목을 붙잡습니다.
이미 손 하나는 우산을 드는 것 말고는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합니다.
다른 하나의 손으로 모든 것을 다 감당해야 합니다.
혹시 지금 나처럼 어딘가에서 당신도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요?
우산을 쓰지 않아도 무방할 고작 이 정도의 비에
무기력해지고 마는 나 자신처럼 말이에요.
나는 그래도 하나의 손이라도 남지만,
당신은 분명 지금쯤
남은 하나의 손으로 아이의 손을 잡고 있을 테지요.
이렇게 비가 오는 날 당신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괜히 비를 맞고 다니는 건 아닌지
우산 없이 어딜 갔다가 비를 만나
꼼짝없이 어딘가에 발이 묶인 건 아닌지
얼른 자리로 돌아가 문자메시지라도 보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