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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an 21. 2024

친구와의 만남

056.

2024년 1월 21일 일요일, 흐림


오늘 하루는 별로 하는 일이 바빴다. 사실 이런 날 제일 환장할 노릇이긴 하다. 뭔가 뚜렷하게 한 일이 없는데, 시간만 훌쩍 가 버렸으니 말이다. 물론 그럴 리는 없을 터였다. 한 일이 없는데 시간만 갔다니…….


낮에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잠깐 보자고 했는데, 그 잠깐이 무려 네 시간이 되고 말았다. 당연히 친구와 보낸 네 시간이 아깝지는 않다. 다만 뭔가 생산적인 것을 하지 못하고 마냥 시간만 보낸 것 같은 그 느낌이 싫을 뿐이다. 친구도 좋아하고 나도 좋아하는 당구 몇 게임을 쳤고, 중간중간에 이런저런 얘기들도 나눴다. 근황을 물어보고 서로 걱정할 부분은 공감해 주고, 그런 게 친구를 만나는 진정한 목적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 보니 낮에 그리 보낸 네 시간에 대해 한 일 없이 시간만 흘러 보냈다고 표현하기는 좀 뭣한 것 같다.


친구를 보내고 동네 앞 파스쿠찌에 와 앉았다. 늘 이 시간에 있는 저 점원은, 고객의 취향을 파악하기라도 한 듯 음료와 함께 서너 장의 냅킨과 빨대를 쟁반 위에 놓아준다. 그게 좋아서 어쩌면 다른 곳에 가지 못하고 늘 이곳만 드나드는 게 아닌가 싶다. 물론 그 점원은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심지어 이 매장을 그렇게 자주 드나들면서도 점원의 이름조차 모른다. 나이도 족히 내가 그녀의 두 배는 넘을 것이다. 모종의 어떤 사심 따위가 있을 리가 없다. 올 때마다 손님의 그런 취향을 알고 미리 챙겨주는 게 고마울 뿐이다.


낮 동안 못 쓴 글을 이제 또 몇 편 몰아서 쓸 생각이다. 과연 오늘 글이 무난하게 써지는 날인지 아닌지는 아직은 모르겠다. 한두 편은 써봐야 느낌이 올 것 같다. 자, 이제부터 글쓰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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