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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20일 토요일, 비
모처럼 만에 비가 온다. 금세 옷이 젖을 만큼 많이 오는 것도 아니다. 다만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표현이 들어맞을 딱 그만큼만 비가 오고 있다. 간밤에 잠을 좀 설치긴 했다. 아침 5시가 다 되어 겨우 잠이 들었다. 게다가 9시 30분에 절로 눈이 뜨였다. 사실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그렇게 늦게 잤는데도 불구하고 그 시각에 일어났으니 말이다.
분명한 건 그 상태로 집에 있으면 피곤하다는 핑계로 하루 종일 누웠다 엎드렸다를 반복하게 된다. 그러면 결국 또 하루는 통으로 날려버리고 마는 것이다. 이것저것 따질 것도 없이 무조건 집에서 튀어나와야 한다. 너무 피곤했지만, 얼른 노트북을 챙겨 집을 나섰다. 9시에 개장하는 공공도서관에 그 시간에 간다는 것도 용기 백배한 일이었지만, 노트북 전용 좌석을 차지할 거라고 기대하며 발걸음을 내딛는 나도 참 대책 없었다. 도착하면 10시 40분, 무조건 남은 좌석이 없는 게 정상이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오늘은 무려 자리가 2개나 남아 있었다. 이 미미할 정도로 내리는 비가 한몫을 한 건가 싶기도 했다. 날씨가 이러면 몸이라는 게 늘어지기 마련이고, 도서관을 나서려다 창밖에 비가 오는 걸 보고 귀찮아서 그냥 집에 있기로 결정한 누군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그중 한 자리에 앉아 지금처럼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몇 편 썼는지 따위가 뭐가 그리 중요할까? 아무튼 쓸 만큼은 썼다고 생각한다. 어찌 되었건 간에 내가 쓰고 싶어 하는 내용들에 대해선 별 무리 없이 썼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집에 눌러있지 않고 튀어나온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